‘증세안경’ 조롱 받던 日 기시다, 3조엔 감세 발표... 여론은 더 악화
아사히 “선거 겨냥한 포퓰리즘”
“안경 쓴 총리가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는 별명 ‘증세(增稅) 안경’으로 조롱받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약 3조엔의 감세(減稅)안을 포함한 17조엔(약 150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향후 중의원 해산과 재선거를 염두에 둔, 득표를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기시다는 지난 2일 “확실하게 (가정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 확대로 연결하는 선순환을 실현하겠다”며 “내년 6월 직장인 보너스 시즌에 총액 3조엔대 중반의 규모로, 9000만명에게 1인당 약 4만엔씩 세금을 줄여주는 소득세·주민세의 확정 감세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률적으로 1인당 4만엔을 깎아주는 방식이고, 내년 여름에 한 번 감액하는 것이다. 예컨대 부양 가족이 3명인 직장인은 본인 포함해 4인에 해당하는 16만엔을 내년에 한 차례 감액받는다. 주민세도 못 내는 저소득층에게는 가구당 7만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금 감액과 저소득층 지급액을 합하면 5조엔에 달하는 규모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무리하게 감세안을 밀어붙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도쿄신문은 “‘증세 안경’ 별명을 의식해 나온 것이 기시다의 감세안”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기시다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기시다는 방위비 증액을 위해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2024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후 일본 네티즌들이 “국민의 혈세를 쥐어짜는 기시다”라며 ‘증세 안경’을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시다는 이 별명을 극도로 싫어 알려졌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는 ‘증세 안경’이라는 조롱에 대해 “어떻게 불리든지 상관하지 않으며,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은 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3일 “기시다는 감세안으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한 뒤, 중의원 해산과 같은 정국 주도권을 쥘 계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뻔히 보이는 포퓰리즘”이라며 “증세 안경의 거짓말”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위비 증세를 하기 전에 한 번 감세하고 생색내자는 것”이라며 “더는 속지 않겠다”고 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사설과 칼럼에서 “소득세 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것이 미래를 위한 대책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시다의 명분인 ‘가처분소득 증대론’에 대해 “당초 2030년 중반까지 목표였던 ‘최저임금 1500엔 인상’을 앞당기면 될 일”이라며 “눈앞의 선거가 아니라 미래 세대와 마주하는 정책을 정권에 요구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