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가라”···이스라엘, 자국 내 팔레스타인 노동자 가자지구로 강제 추방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내에서 일하는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전쟁통’인 가자지구로돌려보냈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 발이 묶였던 이들은 전쟁터가 된 고향으로 강제 추방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추방을 결정한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이날 이스라엘과 접한 라파 국경 동부 지역의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에 도착했다. 로이터는 목격담을 종합해 이렇게 되돌려보내진 이들이 수천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국경이 폐쇄되면서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가자 출신 노동자들은 발이 묶인 상태였다. 이들은 전쟁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구금돼 학대를 겪었다고 밝혔다. 일부는 여전히 다리에 숫자가 적힌 플라스틱 인식표를 달고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알자지라는 인권단체를 인용해 이들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군사시설에 불법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 도착한 노동자는 “우리는 식당, 집, 시장에서 그들을 위해 싼값에 일했으나 굴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방 결정에서 실행까지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전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는 가자지구 출신 노동자들을 가자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 공보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모든 접촉을 끊고 있다.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더는 (이스라엘에) 없을 것”이라며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에 있었던 가자 출신 노동자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가자지구 출신 노동자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전쟁 전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1만8500여명에게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전쟁 발발 이틀 만인 지난달 9일부터 가자지구 내 연료와 물, 식량, 의료품 등 반입을 끊는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 지난 1일부터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들의 가자지구 ‘탈출 행렬’이 시작됐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국경 통과가 불허돼 가자지구에서 빠져나갈 수도, 반대로 외부에서 진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강제 송환으로 해석되는 이번 조치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가 전면 포위된 채 연일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사지’나 다름 없는 전쟁터로 노동자들을 되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4주째에 접어들면서 가자지구는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개시한 후 가자지구 전역에서 대규모 공습이 이어지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개전 이후 지난 2일까지 가자지구에서는 총 9061명이 사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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