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자주 불꽃 이어받자' 광주학생독립운동 94돌 기념식
학업 못 마친 독립운동가 AI 복원, 졸업사진첩 헌정
박민식 장관 "모두가 기억할 자랑스러운 애국 역사"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3·1운동, 6·10 만세운동과 함께 3대 항일 투쟁으로 꼽히는 학생독립운동 94돌을 맞아 선열들의 숭고한 민족 자주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기념행사가 광주에서 거행됐다.
국가보훈부는 3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타오르는 그날의 불꽃으로'를 주제로 제94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대표와 독립유공자, 유족, 시민, 운동 참가 학교 후배 학생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개식 선언, 국민의례, 기념 공연(학생, 독립운동의 주역이 되다'), 명예 졸업사진첩 헌정, 기념사, 주제 공연(다시, 타오르는 불꽃으로', '학생의 날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 주제인 '타오르는 그날의 불꽃으로'는 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 교사로 학생들의 민족 의식을 고취한 송홍 선생에게 바친 헌시에서 발췌한 문구다.
대한 독립을 위해 불의에 맞선 청년 학생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억·계승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전하자는 취지다.
참석자들이 기념식장인 학생독립운동기념탑까지 이르는 '역사의 계단'을 올랐고, 이내 장내에는 1927년 월남 이상재 선생의 육성 연설 '조선 청년에게'의 녹음본이 흘러나왔다.
'역사의 계단'에 설치된 발광 다이오드(LED)를 통해 학생독립운동 주요 약사가 소개되기도 했다.
기념 공연에서는 학생들이 독립운동의 시대적 상황을 영상으로 설명한다. 이어 식민지 조선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궐기를 다짐하고 시위에 나서며 두려움 없이 전진했던 그날의 역사를 배우들이 재연한다.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전남여자고등학교 후배 학생들은 당시 전국으로 확산한 학생 시위에 쓰인 각종 격문들을 현장에서 낭독, 그날의 결의를 되새겨본다.
특히 기념식에서는 독립운동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기억, 감사함을 전하고자 특별히 제작된 명예 졸업 사진첩 헌정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 독립운동가인 고(故) 조계현 지사(1990년 애족장 추서)의 학창 시절을 인공지능(AI)기술로 복원한 사진첩이 조 지사의 차남 조창범씨에게 전해졌다. 또 당시 학생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광주농교 출신 학생지사 10명의 졸업사진첩도 후대 세대인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 학생 대표에게 전달됐다.
보훈부가 당시 퇴학 또는 정학 등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학생 독립운동가 94명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 공적과 함께 사진첩에 수록하는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의 일환이다.
기념식 이후에는 학생독립운동가들의 졸업사진첩이 다른 유족과 출신 학교, 전국 광역 도서관 등지에도 헌정된다.
또 다시 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하는 타악·조명 공연과 함께 후배 학생들이 영상을 통해 미래에 대한 다짐을 밝혔다.
음악극(뮤지컬) 가수 임규형과 광주 지역 교사·학생 연합합창단은 '내일로 가는 계단'을 대합창하며, 선배 학생들이 몸소 보였던 불굴의 정신을 되새겨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전했다.
기념식은 참석자 전원이 '학생의 날 노래'를 제창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94년 전 광주에서 시작돼 전국을 '독립의 함성'으로 타오르게 했던 그날의 불꽃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기억할 자랑스러운 애국의 역사"라며 "학생독립운동은 굴복하지 않고 용기냈던 호남의 청년 학생이 있었기에 시작될 수 있었다. 수많은 호남 민중이 이 거국적인 독립운동을 만드셨다"라고 평했다.
이어 "역사의 고비마다 대한 청년 학생들은 불의에 굴하지 않고 시대를 밝혀왔다. 이들의 고귀한 헌신이 있었기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청년 학생들이 학생독립운동 선열들의 뜨거운 열정과 용기를 온전히 이어받아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0월 30일 광주~나주 통학 열차 안에서 일본인 남학생이 여학생을 희롱한 데 격분한 학생들이 메이지 일왕의 생일인 같은 해 11월 3일을 기해 광주 시내에서 가두 시위와 동맹 휴교 등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30년 3월까지 5개월 간 서울·부산·대전·대구·개성·원산·평양·함흥 등 전국 각지는 물론이고, 간도와 연해주, 일본 등 해외까지 확산됐다. 전국 320여 개 학교, 학생 5만 400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학생 중 582명이 퇴학을, 298명은 강제 전학을 당했다. 무기정학 학생도 2330명에 이른다.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과 6·10 만세운동과 더불어 3대 항일 투쟁으로 평가 받으며 지난 2018년 처음으로 기념식이 정부 기념 공식 행사로 격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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