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문의 검' 김옥빈, 태알하에 마침표 찍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김옥빈이 오랜 시간에 걸친 '태알하'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캐릭터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긴 시간을 달려온 그는 연기자로서 폭발하고 연소시키기 위한 또 다른 스텝을 고민하고 있었다.
tvN 드라마 '아라문의 검'(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김광식)은 검의 주인이 써내려가는 아스달의 신화는 지금부터다!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 은섬, 탄야, 태알하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
지난 2019년 방영된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인 작품으로, 무려 4년이 지나 시즌2가 방영됐다. 시즌2가 제작되기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 여러 상황으로인해 제작 자체가 불투명해지기도 했지만 김옥빈은 "태알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말을 맞이하고 싶은데, 시즌1에서 멈춘다는 건 아깝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2로서 태알하의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전체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워낙 방대한 세계관에 중간 유입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많았다. 실제로 시즌1 당시에도 마니아층 외의 시청자에겐 쉽지 않은 작품이었고, 시즌2의 숙제도 시청자가 이해하기에 얼마나 쉽게 만들 것인가이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낯설었기 때문에 김옥빈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그걸 미리 경험했던 사람들이 드라마로 만드는 걸 복기하고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작품은 캐릭터 이름도 생소해서 저 역시 처음 대본받아서 이해할 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물 조감도를 써놓고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한번 이해하고나니 3부부터는 아스달 세계관에 몰입하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시즌2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 이유로 김옥빈은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라고 답했다. "빌런 역할을 처음 맡았다. 태알하의 가족, 자라온 환경, 주변 관계성 등이 독특하면서도 이해가 되고. 애잔하면서도 계속 신경 쓰이는 캐릭터였다"면서 "사랑했던 캐릭터를 마지막까지 제가 (태알하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 '태알하'가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사랑'은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해족'에 대한 사명감을 짊어진 캐릭터라 가족에게 마저도 도구처럼 이용당한 거 같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음에도 스스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어린 치기 같은 '사랑'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지 않나. 끝까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태알하가 고장나 보이고 불쌍해서 더 정이 많이 간 거 같다"라며 태알하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시즌1과 시즌2 사이에는 8년이란 세월이 존재한다. 분명 같은 캐릭터지만 8년이란 시간이 흘렀기에 조금은 달라진 디테일이 숨어있었다. 김옥빈은 "시즌1에서는 제가 말투도 그렇고 행동도 좀 독특하게 설정했다. 어리고 사랑에 기대는 태알하를 그려내기 위해 경쾌한 느낌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자신이 믿고 기댄 사랑이 내 맘대로 되지 않고 아버지가 옳았다는 걸 알고 성숙해진 태알하를 시즌2에서 만나게 된다. 태알하는 감정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다며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종국엔 실패한다. 또한 어머니가 되지 않나. 시즌1에 비해선 성숙한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도 시즌1의 말투가 남아있길 바라서 중간중간 넣어줬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빌런이 되어버린 태알하로 분한 김옥빈은 "한번 제대로 된 빌런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섬과 타곤을 보조하는 빌런이었는데 제대로 악역을 해보고 싶다.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더라.(웃음) 메인 빌런을 제대로 해봐야겠다 싶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미 강렬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가진 김옥빈이었지만, 그는 "더 완벽하게 소비를 못한 거 같다"면서 더더욱 소비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내 이미지가 뇌에 박힐 정도로 소비된 다음에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고 싶다. 제대로 된 빌런을 한번 해봐야겠단 것도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었다곤 하지만 100% 폭발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100% 완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라며 갈증을 고백했다.
액션에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고, 자신을 완전히 폭발시켜 연기하고 싶다는 김옥빈. '쉽게 쉽게' 갈 수 있을 길도 어렵게 가는 듯 보였지만 그는 그저 "재미있어서"라고 말했다. 그에게만큼은 고생이 아니라 도전이고 익사이팅한 경험이고 성장판이었다.
"(크게) 두 번 정도 성장한 거 같아요. '박쥐' 때 성장을 크게 했어요. 그전까진 정말 아기였어요. 좋은 현장에서 대선배님들 연기하는 걸 곁눈질로 보니 성장했더라고요. 두 번째는 '유나의 거리' 였어요. 50부작을 7개월에 찍어야 해서 잠도 못 잤죠. 힘듦 속에서도 선생님들이 있으면 좋어요. 배울 게 많아서. 연기자로서 멘토를 만나지 못해 늘 배우고 싶단 목마름이 컸는데, 이 두 현장에는 선배님들이 많아서 좋았던 거 같아요."
그런 김옥빈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잘 늙을 것인가"다. 아직 '중년'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지만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대중의 관심도 쉽게 옮겨가는 요즘 같은 때에 미래에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는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장 큰 고민지점이 됐다. "꾸준히 연기를 할 거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어떻게 잘 성장하고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 궁금하다. 그래서 선배 연기자 분들에게 꽂혀있다. 외형적인 게 아니라 연기자로서 '잘 익어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선배님들을 보며 연구하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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