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사기 유죄’ 12명 수법 분석해보니… “심리적 허영 악용한 전청조와 판박이”

강한 기자 2023. 11. 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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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27) 씨가 남 씨 외에도 결혼을 약속하면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등 여러 명에게 '로맨스 사기'를 벌인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3일 대법원 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올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로맨스 사기범 12명의 수법을 살펴보니, '전청조 사기'의 판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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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관계 형성 뒤 초창기에는
빌린 돈 빠르게 갚고 신뢰 쌓아
결혼 빙자한 가스라이팅 전략
전청조, 오늘 영장실질심사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27) 씨가 남 씨 외에도 결혼을 약속하면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등 여러 명에게 ‘로맨스 사기’를 벌인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허점과 허영을 이용한 로맨스 사기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대법원 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올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로맨스 사기범 12명의 수법을 살펴보니, ‘전청조 사기’의 판박이였다. 피해자에게 연인으로 접근한 이들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빌려 빠르게 갚거나 투자금을 불려서 돌려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었다. 자신의 결혼 상대로 여기면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진짜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전 씨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펜싱 대결 등을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 대부분은 투자·금융 업계 유명인을 지인이라고 속이고 전문가인 양 카리스마를 보였다. 상대가 어느 순간부터 “그럴 만하다” 굳게 믿게 하는 ‘가스라이팅’ 전략을 썼으며, 위조된 통장 잔고나 ‘가상화폐 선물투자자’ ‘부동산 컨설팅 업체 고문’ 등 허위 명함으로 의심을 차단했다.

지난 2011년 5월부터 1년 7개월간 미혼 여성이던 A 씨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총 1억4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올해 8월 징역 1년형을 받은 B 씨는 자신을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라고 포장했다. 5월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C 씨도 미혼의 부동산 사업가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자 사기 전과자였다. C 씨는 D 씨와 사귄 지 한 달 만에 “부친이 급전 50만 원이 필요한데 인터넷 뱅킹이 되지 않는다”며 돈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4달 동안 7000만 원을 빌려갔다. D 씨의 가족에게도 투자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2500만 원을 받아갔다.

김상균 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심리학 용어로 ‘인지적 측면에서 게으른 사람들’은 알고 싶은 정보만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상적인 매력에 쉽게 동조하면서 경계심을 허물다 결국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로맨스 사기범들은 표적을 정하고 장기간 연구해 호감을 살 수 있는 맞춤형 매너와 외모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전 씨는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15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 등으로 19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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