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측근 말 한마디에 ‘천안시민체육공원’ 사라지나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충남 천안 도심 속 허파 4만여평의 녹지·힐링공간인 불당동 천안시민체육공원이 난데없는 개발이야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안판 ‘성남대장동’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개발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달 27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정현안 연설을 통해 ‘불당동 천안시민체육공원 부지(이하 불당동 체육공원)’ 개발을 공론화했다.
박 시장은 “불당동 체육공원을 개발해 1조원 이상의 세외수입으로 천안시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며 장밋빛 구상을 내놨다.
박 시장이 밝힌 사업들은 △봉서산 공원 조성 △주차장·학교 신설 △아트센터 유치 등이며 불당동 체육공원 부지를 개발해 생긴 재원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 여론은 달갑지 않다.
회원수 11만명의 천안지역 부동산 관련 포털 카페에는 ‘공원을 더 공원답게 꾸미기나 했으면’, ‘공원은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임야·공원부지가 상업용지와 공동주택지로 변한다? 최고의 수익성 있는 남는 장사네, 성남대장동 특혜와 같은 50억 클럽으로 시장 잡혀가겠다’ 같은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소속 천안시의원들은 “민간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라며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들도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내부 공무원 상당수는 “자본력도 검증 안 된 민간사업자에게 이 사업을 주려고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정말 필요한 사업이면 투명하게 오픈해서 진행하면 되지 측근 말 한마디에 급하게 서두르는 부분이 이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 측근=천안시청 정책보좌관 A씨, 개발사업자와 결탁?
불당동 체육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 측근의 배후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박 시장 측근인 천안시청 정책보좌관 A씨가 개발사업자와 결탁해 이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박 시장이 시정현안 설명 때 필요한 연설문 초안 내용을 지역언론에 제공하는 등 집행부와 상의없이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정현안 최종 연설문에는 담겨있지 않은 컨소시엄 이름과 아파트 건립 계획, 착공 시기 등이 언론에 유출됐다.
연설문 초안대로라면 이미 개발사업 업체는 정해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겹치면서 일각에선 A씨가 이미 개발사업자와의 지분정리를 마쳐간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 B씨는 “불당동 체육부지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건설사를 비롯한 사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시청에서 수 차례 개최했다”며 “사업을 소관하는 시청부서들이 부정적 의견을 보이자 A씨가 시장님 눈과 귀를 막고 개발사업을 관철시키려 힘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무원 C씨는 “시장님이 관계 공무원 의견을 듣고 불당동 체육부지 개발사업을 덮거나 취소하려 할 때마다 A씨가 시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의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박 시장이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공론화하게 된 것도 A씨가 강력하게 요구해서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 A 정책보좌관 “언론 취재 요구에 아는 사실 말한 것 뿐”
이에 대해 A 보좌관은 “시장님이 의견을 물어봤을 때 (저는) 참모로서 생각을 밝힌 것 뿐”이라며 “최종 판단은 시장님이 직접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발사업에 대해 실무적인 부분과 법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며 챙겼다. 시장님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설문 초안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것에 대해서는 “한 언론인께서 취재를 하길래 아는만큼 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D씨는 “시장님 최종 연설문은 철통보안 아래 연설 때 뿌려졌다”며 “연설자료 초안이 먼저 유출된 것이 아니라면 지역언론에선 무엇을 근거로 취재를 시작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전·현직 공보 계통 공무원들은 “시장님이 하신 말씀도 아닌데 시장님이 한 것 마냥 언론에 내용을 알린 것 자체가 위험하고 월권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내부 공직자 상당수는 급하게 할 개발사업이 아니라는 점과 사업에서 A씨가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E씨는 “개발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면 1조가 남고 내일 하면 1조가 안 남는 사업인가”라며 반문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A씨가 일단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불당동 천안시민체육공원은 A씨 말 한마디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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