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김포 출마’ 어떤가[이제교의 시론]
인요한 혁신위 절반 성공 거둬
“생각 달라도 사람 미워 말라”
발언에 민심을 붙들 방안 있어
정당혁신 핵심은 공천 룰 조정
대표부터 험지 출마 도전해야
절박함 없으면 총선 승리 못 해
여의도 정치권은 최종 결말에 주목하겠지만,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변화라고는 없을 것 같던 불모지 국민의힘에 혁신의 씨앗을 심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드러난 민심을 붙들기 위해 김기현 대표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제시했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영남 스타들은 험지에 출마해야” “이준석 전 대표가 마음이 많이 상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싹은 움트고 자라고 있다.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유죄 판결 전에는 제1 야당 대표에 걸맞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른 법치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상임위원장들과도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과관계는 불분명해도 인요한 혁신위 출범 후 벌어진 일이다. 김 대표는 “(수도권 험지 출마)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일단 피해 갔다. 전면 부정, 즉각 거부는 없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다. 답답했던 보수의 가슴에 비로소 희망이 깃들게 됐다.
한국은 인 위원장 가문, 린튼 일가에 큰 빚을 졌다. 1895년 선교사로 호남에 파송된 외증조부 유진 벨은 정명학교, 영흥학교,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목포 프렌치병원, 광주기독병원 등을 건립했다. 수많은 교회도 세웠다. 유진 벨의 딸 샬럿 벨과 결혼한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생사 고비를 넘나들며 선교 사역을 했다. 아버지 휴 린튼은 전남에서 평생을 살면서 600개가 넘는 교회를 개척했다. 어머니 로이스 린튼도 결핵 퇴치 봉사활동을 했다. 인 위원장은 1984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인 위원장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용산의 기피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난 뒤 “애국자더라.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당내 역할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퍼부었던 “오만과 독선” “허송세월” 등의 독설도 개의치 않았다. 국민은 헐뜯고 배척하는 정치가 아니라 끌어안고 포용하는 정치를 원한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어떤 형식으로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뿌리치면 책임은 이 전 대표 몫이다. 이 전 대표가 떠나도 2030이 남을 수 있다. 보복과 대립은 미래를 갉아먹는다.
정당 혁신의 핵은 공천 룰이다. 3일 인요한 혁신위는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스스로 ‘순천 촌놈’이라고 말하는 인 위원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선 의원의 희생을 건의할 것이다. 정치인들 대부분이 인요한 혁신위가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라가더라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는 정치인은 드물다. 시늉이야 내겠지만, 전면 수용은 어림없다.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선이다. 소속한 당의 승리가 아니다. 정책의 동력을 상실하든, 개혁이 물거품이 되든 상관없다. 윤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해도 자신은 살아남아야 한다. 울산 남구을이 지역구인 김 대표는 4선 의원이다. 인요한 혁신위를 예고된 좌초에서 건지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공천장 직인을 쥐고 있는 당 대표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구를 끼고 앉아 다른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의 메가시티 정책은 좋은 기회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김포 지역구 출마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도 고양·광명·구리·부천·하남 등 수도권에서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없다면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인 위원장은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되면 일터인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로, 또 고향 순천으로 돌아갈 것이다. 낙천주의자인 그는 ‘어쨌든 최선을 다했다’고 되뇔 것이다. 총선까지는 5개월여, 시간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의 저서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을 펼쳐보기 바란다. 시간이 없다면 마지막 두 페이지 ‘책을 마치며’ 부분만 읽어도 좋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일상의 안락함에 머물지 않는 삶, 그것이 나의 숙명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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