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R&D 예산 감축[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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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말이 많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16.6% 줄인 25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기획재정부는 관행적으로 배정해 왔던 R&D 예산을 재심의하면서 3조4000억 원가량을 도려냈다.
정부가 R&D 예산 삭감 방침을 밝히자 자신과 같은 연구원들의 연구 프로젝트들이 정부 산하 지원 재단으로부터 죄다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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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말이 많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16.6% 줄인 25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R&D 예산이 정부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3.9%로 줄었다. R&D 예산 삭감은 지난 6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기획재정부는 관행적으로 배정해 왔던 R&D 예산을 재심의하면서 3조4000억 원가량을 도려냈다.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 연구원으로 있는 모 박사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수학 분야에서 양자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좋은 조건으로 채용돼 조만간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가 씁쓸했다. 정부가 R&D 예산 삭감 방침을 밝히자 자신과 같은 연구원들의 연구 프로젝트들이 정부 산하 지원 재단으로부터 죄다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에서 연구 예산을 따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일용직’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쥐꼬리만 한 강의료나 지도교수가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주고 챙겨주는 ‘수고비’ 정도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학문 분야는 정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지원이 주로 의학이나 공학 등 응용학문 분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산 감축 방침만 발표한 상황이지만, 연구 현장에는 벌써 예산 삭감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박사는 “내 나라에서는 ‘일용직’ 취급받는 느낌인데, 실리콘밸리에서는 괜찮은 연봉에 스톡옵션까지 주겠다고 하더라”며 “여기에 회사에서는 미국 영주권 받는 일까지 지원해 준다고 해 그야말로 최고급 인재 대우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R&D는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다. 최고의 기술과 연구 능력을 갖춘 우수 인력을 육성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오랜 시간과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투입 대비 성과가 없다고 ‘돈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지적처럼 관행대로 해오던 예산 편성·집행을 꼼꼼히 점검해 엉뚱한 곳으로 예산이 빠져나가지 않는지 살펴보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번 R&D 예산 삭감으로 1486개 R&D 사업 중 연구장비 산업 육성과 초전도체 시험 설비 구축 등 27개 사업의 예산이 90% 이상 줄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고 분석했다. 자칫 그동안 들여왔던 수많은 노력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다행히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제대로 된 R&D에 대해서는 예산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R&D 예산의 효율적 배분과 집행은 정부가 꼭 점검해야 할 일이다. 다만, 국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기를 바란다면 연말만 되면 멀쩡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얼마인지부터 따져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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