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흔들어선 안 될 정부 예산 기조[포럼]

2023. 11. 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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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예외 없이 겪어 온 홍역 아닌 홍역이 국가예산안의 확정 과정, 즉 예산국회에서 드러나는 여야 간의 갈등과 반목이다.

이 예산안을 국회가 심사하고 질의하고 의결·확정하는 과정과 절차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학적이고 민주적이며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전문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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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매년 연말이면 예외 없이 겪어 온 홍역 아닌 홍역이 국가예산안의 확정 과정, 즉 예산국회에서 드러나는 여야 간의 갈등과 반목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국가의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엄격한 절차에 따라 마련된다.

먼저, 기획재정부가 전년도 말까지 각 부처에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지침을 통보하면 각 부처는 매년 1월 말까지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는 3월 말까지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하게 돼 있다. 각 부처가 5월 말까지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면 기재부는 그것을 취합해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통보한다. 8개월 이상 온 정부 부처가 매달려 예산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예산안을 국회가 심사하고 질의하고 의결·확정하는 과정과 절차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학적이고 민주적이며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전문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특정 계층이나 정당만을 위해 비과학적·비민주적·비합리적이면서 비전문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해 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첫째, 예산안 확정 시한을 어기는 일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예결위의 특별 공청회와 각 부처 예산안에 대한 위원회별 심사를 거쳐 종합적인 정책질의가 있은 다음 예산결산위원회 내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의 증액·감액 절차를 거쳐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게 된다. 11월 30일이 활동 시한이어서 이날까지 예결위 의결을 마쳐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그 다음날(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을 부의하게 되고, 12월 2일까지 확정돼야 한다. 그러나 법정시한을 지킨 적은 드물다. 지난해만 해도 12월 24일에야 확정됐고, 2021년에도 시한을 넘겨 본회의 의결로 확정됐으며, 해를 넘긴 적도 여러 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특별히 ‘부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예산편성권(헌법 제54조 2항)을 가진 행정부의 기본 정책과 철학을 뒤집으려는 야당(때로는 여당)의 예산안 심사와 수정 압박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4대 기둥은 △약자 복지 △성장동력을 위한 미래 투자 △양질의 일자리 △국가의 본질적 기능 수행이다. 이 기본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 원칙으로, 재정 정상화를 위해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조사업을 정비하며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예산안 심사 의결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큰 틀 안에서 미세 조정을 통해 감액 또는 증액돼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 철학 큰 틀을 완전히 뒤집거나 방해하려는 예산안 심사 의결 행태는 국회가 정부의 기능마저 주도·장악하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특히 올해 여야 간에 쟁점이 되는 부분이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윤 대통령이 2일 “예산 조정과 향후 확대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판단은 지난 5년간 정부예산이 36% 늘어나는 동안 52%나 팽창한 R&D 예산 지출의 성과와 시스템을 먼저 점검해 합리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에 비해 줄어든 부분을 반드시 복구하자고 강요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낭비 지출을 묵인하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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