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일 못해서 안 뽑는다?…“남녀 직원수 같을수록 돈 더 벌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보고서
성별 비슷한 기업 성과가 2%P 높아
출산휴가 길게 줄수록 수익률도 상승

[사진 출처=픽사베이]

인력 구조에서 남성과 여성의 수가 균형을 이룬 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약 12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MSCI 월드 지수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블랙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을 골고루 뽑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2%포인트 더 높은 성과를 거뒀다.

성별 균형 5분위인 기업은 매년 평균적으로 7.7%의 자산 대비 수익을 냈는데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자산 수익률이 5.6%,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수익률이 6.1%로 나타났다. 성별 균형 5분위 기업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매우 균형적인 기업이다.

블랙록은 “성별 균형과 그로 인한 자산 수익률 상승은 국가와 산업 부문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며 “특히 엔지니어링, 고임금 직종 등이 몰린 회사에서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전에도 기업 내 성 평등과 성과 사이 연결성을 찾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역대 최대 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랙록은 또 중간급 임원진이나 최고 경영진 내에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기업은 이직률이 낮고 더 높은 수익을 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 기준, 여성에게 출산 휴가를 더 길게 주는 기업이 출산 휴가를 짧게 부여한 기업들보다 수익률이 높기도 했다. 다만 연구를 주도한 산드라 로슨 블랙록 이사는 “출산 휴가 데이터는 성과 차이를 내는 주요 원인이라기보다는 회사가 얼마나 직원 친화적인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면 된다”라며 “이러한 인사 정책은 직원들에게 ‘회사가 본인을 단순히 피고용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한 명의 개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보고서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투자에 활용하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투자 회사들이 ESG 지표를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본연의 의무인 ‘수익 극대화’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ESG 지표를 투자에 고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FT는 “이번 연구는 투자 과정에서 성별 대표성 등 다른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는 일을 신탁 의무로 여기는 투자 회사들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