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개발사업 새길, 기업과 한 유니폼으로 뛴다” [헤경이만난사람-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

2023. 11. 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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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드, 자본 네배 확대 지원 문 넓어져
사우디아라비아 필두로 ‘제2 중동붐’ 기대
국내기업 진출 어려운 개도국 사업 지원
중기 ‘해외 PPP’ 생태계 만들어 나갈 것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경기장 밖에서 응원하는 게 아니라, 손흥민처럼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게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카인드)입니다. 우리 기업과 해외 개발사업의 지분 투자를 같이 하는 지금까지 없던 조직이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산업. 이 저력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비롯됐다. 40여년 전 ‘중동붐’으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해외건설은 자동차, 반도체의 주력산업이 성장하기까지 맏형 노릇을 맡아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더이상 낮은 공사비를 내세운 단순 도급 형태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투자개발사업의 외연 확대가 늘 거론돼 왔지만 시공을 주로 해 온 건설사들은 리스크를 두려워해 왔다.

신생 공기업 카인드이 탄생한 숙명이다. 그래서 카인드는 ‘팀코리아’의 코디네이터이자 동료를 자처한다. 카인드의 2대 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강훈 사장을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해외 건설사업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카인드는 단순도급 중심 해외 수주를 부가가치 높은 민관합작투자사업(PPP)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지난 2018년 6월 출범했다. 출범 이후 일단 적잖은 성과를 내며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수주한 7억4000만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사업에 투자했고, 한국남부발전과는 팀코리아를 구성해 미국 오하이오주 트럼불카운티에 위치한 953메가와트(㎿)급 가스복합 발전사업에 투자,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카인드의 정체성은 복합적이다. 이 사장은 “카인드는 단순한 해외 수주 지원 기관이 아니다”라 했다. 사업 발굴부터 기획·투자 등 전 과정을 함께 한다. 이른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건설사의 해외사업 지분 투자에서는 공동 지분투자로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는 “잘 나가는 대기업의 선진국 투자개발형 사업보다도, 국가적 리스크가 있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초기매몰 비용을 줄여주는 게 카인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고금리·공급망 등 대외여건 어렵지만...기회도 많아”=해외 개발 사업을 본업으로 한 탓에 작금의 경제환경은 그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발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신흥 개도국의 경제 체력이 크게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업 발굴 기회가 축소됐고,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에 공급망 붕괴로 인해 원자재, 공사비도 계속 올랐다”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 선진국 시장에서마저 투자할 만한 것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현실은 냉혹하다. 카인드는 최근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사채 발행을 했는데, 국가와 같은 신용등급임에도 금리는 4.61%에 달했다. 종전의 사채 발행 당시 금리는 1.1%였다. 무려 4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이 사장은 “투자할 때는 조달금리인 사채 발행 금리, 예상 수익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구조에서는 과거 투자 승인을 했거나 약정했던 사업에서도 예비비를 쓰는 게 불가피할 정도”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리고 있어서다. 이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사업 등 ‘메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여건이 어려워져도 이에 맞춰 지원하는 게 할 일”이라며 “올해는 카인드의 자본 확대도 5000억원에 2조원으로 늘며 기업을 지원할 문은 4배나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납입자본금을 늘리고 출자를 받아 기업을 지원할 것을 채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카인드의 미래에 대해선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해놓은 상태다. “우리기업이 과거처럼 해외건설 연 몇억불 수주만으로 평가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지금까지 인건비 등을 통해 도급 위주의 EPC(설계·조달·시공) 위주로 수행했지만, 점점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쟁력은 많이 떨어졌다.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갈 수 밖에 없으며, 디벨로퍼의 역할로도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미래는 개도국에 있다=그래서 이 사장의 타깃은 명확하다.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투자개발사업이다. 마침 최근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인니 신수도 이전 사업 등과 관련한 기회가 열렸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유럽국가, 인니에선 일본·중국 등 경쟁국이 눈독을 들여 한국의 입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을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은 “서방에 비해 전비 분담이 적어, 재건사업에서 한국의 비중이 미약할 것이란 시각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기업의 참여는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파괴된 인프라 등 복구가 아니라 사회기반시설 전반의 현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한국은 독자 건설이 가능한 고속철도기술, 세계 최고 공항운영 능력 등의 경쟁력이 있어 ‘키이우 지역 스마트교통 마스터플랜’ 사업을 맡았다”며 “카인드는 특히 해외 사업의 발굴, 금융구조화 등 기능이 있어 전 단계에 걸쳐 빠른 의사결정과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동부전선은 전쟁 중이지만, 막상 키이우 등 지역에선 이미 터키 등 국가가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안전이 보장된 여건 하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하며, 정부 예산 등을 통해 타당성 조사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그의 관심도 상당했다. 향후 신수도 ‘누산타라’ 이전이 만들 거대 규모의 개발 사업 시장을 바라보고 있어서다. 이 사장은 “기획재정부 경제협력파트너십프로그램(EIPP) 관리기관으로서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자문 및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인니는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다양한 용역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우리 기업들이 카인드와 인니에서 추진하는 것은 많지 않다”며 “관련 사업을 많이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개발 사업의 다변화는 그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이른바 전통 인프라 분야에서의 다각화다. 그래서 카인드는 도로·철도·공항 관련 사업에서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발전소 등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 사장은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 관련 신성장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며 “전통 인프라 사업과 신산업 두가지를 같이 해나가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과 관련해 최근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초기 단계 사업도 투자를 승인했다”며 “아직 전세계적으로 검증 단계 수준의 산업이지만 실용화 단계에 빨리 갈 수 있는 것을 우리 기업들과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씨를 뿌리는 과정...역동성 일본조차 부러워 한다=여전히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걸음마 단계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나야할 과정이라는 데 그는 확신한다. 이 사장은 “(카인드의 투자는) 해외 우량 부동산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며 “사업을 발굴·지원하고, 기업들이 시공한 이후 끝까지 남아 원리금을 받아 나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투자 단계라 상당 기간은 태양광 등 회수가 빠른 사업 외에 재정적으로 어렵다” 면서도 “하지만 일본 국영투자회사인 조인(JOIN) 마저도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참여할 역량이 있는 카인드를 부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현지에서 PPP를 직접 견인해 추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싶다고 이 사장은 강조했다. 이에 카인드는 지난 9월 ‘제10차 정책펀드 통합투자플랫폼’을 열어 중소·중견기업에 PIS 펀드 투자 지원방안을 소개하고 투자상담 지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7월에는 ‘중소·중견기업 투자개발사업 간담회’를 개최하여 정부 지원 제도를 소개했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PPP를 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고, 경쟁도 좁다”며 “전문인력, 투자 여력, 실적 모두 받춰져야 한다. 이에 중소·중견업체도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게 카인드의 역할”이라고 했다.

정리=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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