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유엔 제재에도 버티는 북한, 하지만 잊고 있는 게 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3. 11.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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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대북제재에서 핵심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핵실험과 ICBM 발사로 북한은 여러 종류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아무리 제재를 강화해도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없다며 큰소리를 치기도 합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는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인 것인지, 북한 경제가 좋지 않다고는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인지, 북한 경제의 실제 현황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포럼이 지난 1일 '북한경제 대진단'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번 글에서는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대북제재 하의 북한경제 실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경제 대진단'을 주제로 지난 1일 열린 포럼

유엔의 대북제재는 크게 두 가지 범주

유엔의 대북제재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외화벌이 제재'와 '상품수입 제재'입니다. '외화벌이 제재'는 그야말로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이고, '상품수입 제재'는 북한이 외부로부터 상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인데, 지금의 대북제재에서 '외화벌이 제재'의 강도는 상당히 셉니다.

'외화벌이 제재'를 통해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다 막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석탄과 같은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은 수출이 금지돼 있고, 북한이 해외로 노동자를 보내 돈을 버는 것도 막혀 있습니다. 북한은 외국 회사와 어떤 합작사업도 할 수 없으며, 해외 금융망도 차단돼 있습니다. 북한 어업권을 외부에 판매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외국인이 북한 관광을 가서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상품수입 제재'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철강제품과 기계류, 전자제품,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등의 자본재 수입이 금지돼 있지만, 기름은 상한선(정제유 연간 50만 배럴) 이하로는 수입할 수 있고, 식품이나 소비재, 비료, 섬유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상품 수입도 허용됩니다. 북한이 외화만 가지고 있다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언제든지 사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외화보유액'과 관련해 생각해 볼 지점들

물론, '외화벌이 제재'를 통해 북한의 외화벌이가 막혀 있기 때문에 외화가 고갈되면 북한의 상품 수입도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두 가지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첫째, 북한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외화보유액이 얼마나 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여기서 외화보유액은 북한 정부의 외환보유액 이런 개념이 아니라, 정부냐 민간이냐에 관계없이 북한이란 나라가 가지고 있는 총 외화보유액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개념입니다. 이 외화보유액이 남아있는 한 북한은 외부로부터 상품을 사들이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북한의 외화보유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7억 달러에서 87억 달러까지 추산된다고 합니다. 아직은 북한이 사용할 외화가 나라 전체에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강력한 대북제재 이전에는 북한의 외화수지가 흑자여서 외화보유액이 늘고 있었는데, 제재 이후에는 외화수지가 적자로 바뀌면서 북한 내 외화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둘째,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듯이 북한은 공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석탄을 밀수출하고 중국에 어업권도 밀거래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범죄를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고 있고, 러시아나 중동의 무장단체들에 무기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제재를 위반해 가며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재 이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북한의 불법 외화 벌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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