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한국가스공사 핵심 빅맨의 차별화된 목표, “재미있고 즐거운 농구”

손동환 2023. 11. 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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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9월 21일 저녁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성적’은 프로농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에 속한 이들이 거는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핵심 빅맨인 이대헌도 마찬가지다. 인터뷰 내내 “좋은 결과”를 강조했다. 거기에 한 가지 옵션을 더 추가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농구”였다. 프로농구선수의 성향 그리고 이대헌의 성격상 나오기 어려운 표현이기에,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INTRO
이대헌은 2015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했다. 하지만 SK에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데뷔 시즌(2015~2016) 정규리그 32경기에서 평균 13분 23초 밖에 뛰지 못했다. 당시 SK는 장신 포워드를 많이 보유한 팀이었기 때문.
SK는 그런 이대헌을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트레이드했다. 하지만 이대헌은 전자랜드에서도 곧바로 뛰지 못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37경기에서 평균 7분 3초 밖에 나서지 못했다. 해당 시즌 종료 후에는 군에 입대했다.

2015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했습니다.
트라이아웃 때는 긴장을 안했는데, 드래프트 때 많이 떨렸어요.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지만 SK라는 좋은 구단에 뽑혀서 영광이었어요. 비록 한 시즌 만에 트레이드되기는 했지만, 되돌아보면 운과 타이밍 모두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프로 입단 시즌에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대학교에서 농구하는 것과 프로에서 농구하는 건 완전히 달랐어요. 완전 다른 농구더라고요.
프로와 대학교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때는 하고 싶은 농구를 했습니다. 1대1 위주로 했죠. 물론, 1대1은 프로에서도 어느 정도 통했지만, 제 농구가 막힌다는 느낌이 훨씬 컸어요. 그리고 프로는 대학교보다 훨씬 체계적이었어요. 조직적이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다 보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첫 번째 트레이드였는데요.
서운한 감정도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그러다가 전자랜드에서 처음으로 운동할 때, ‘큰일 났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운동이 힘들더라고요. SK의 운동량도 많았지만, 전자랜드의 분위기는 조금 더 진중하더라고요. 그래서 눈치도 많이 봤어요. 그러나 그런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자랜드에서도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습니다.
전자랜드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김)상규형과 (정)효근이(현 안양 정관장), 그리고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강)상재(현 원주 DB)까지.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기회를 당장 얻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때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나아갈 방향을 깨달았어요.

최고점
이대헌은 군 제대 후 전자랜드 로스터에 포함됐다.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부터 맹위를 떨쳤다. 4강 플레이오프 3경기 평균 13분 2초만 뛰고도, 경기당 10.0점 4.0리바운드(공격 2.7)를 기록했다. ‘가성비 끝판왕’이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5경기 평균 27분 45초 동안, 경기당 10.4점 2.2리바운드(공격 1.2) 1.0스틸로 맹활약했다. 전자랜드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대헌의 가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대헌은 전자랜드의 핵심 옵션이 됐다. 전자랜드가 프로농구단 운영 종료를 선언할 때(2020~2021)도, 이대헌의 기록은 돋보였다. 정규리그 51경기 평균 27분 35초 동안, 경기당 12.7점 4.5리바운드(공격 1.5)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군대에서는 어떤 걸 준비하셨나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과 슈팅 드릴을 많이 했어요. 슈틸 드릴 중에서는 3점슛과 무빙 슛을 많이 연습했어요. 외곽 플레이에 능한 형들을 따라하다 보니, 중장거리 슈팅이 저한테도 자연스러워졌어요.
어떤 선수의 운동을 따라했나요?
(임)동섭이형(현 창원 LG)이요. 제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라, 동섭이형의 방법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또, 동섭이형께서 “꾸준히 열심히 해봐. 그리고 너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동섭이형의 방법과 조언 덕분에, 제가 조금 더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제대 직후 시즌에 맹활약하는 선수를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활약하는 건 더 그런데요.
그렇게 많이 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 정도로 할 거라는 상상 역시 전혀 못했고요. 하지만 짧은 시간을 뛰는데도, 농구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즐기고 싶었고, 나에게 공이 왔으면 했어요. 내가 뭔가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죠. 몸도 전혀 힘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2019~2020시즌에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대헌은 해당 시즌 23경기 평균 18분 14초 출전에 그쳤다. 경기당 7.2점 2.2리바운드. 2018~2019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생각하면, 아쉬운 기록이었다)

제대 직후의 퍼포먼스가 팬 여러분들과 여러 관계자 분들한테 강하게 남은 것 같아요. 그때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이유가 있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저 부족한 게 많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2020~2021시즌이 됐습니다. 전자랜드 시절만 놓고 보면, 커리어 하이였는데요.
(정)효근이와 (강)상재가 상무에 있었어요. 그렇지만 (차)바위형과 제가 있었고, (김)낙현이와 (전)현우(이상 국군체육부대)도 주축 멤버였어요. 감독님한테 많은 임무를 받다 보니, 제 기록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변화는 특별히 없었던 것 같아요.

시작 그리고 시련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 전자랜드는 2020~2021시즌 종료 후 ‘프로농구단 운영 종료’를 선언했다. KBL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함께 전자랜드의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전자랜드를 인수한 기업은 한국가스공사였다. 한국가스공사는 대구광역시를 새로운 연고지로 선택했고, 이대헌은 대구에서 새로운 농구 인생을 시작했다.
이대헌은 한국가스공사에서 가장 믿음직한 인물이었다. 정효근의 부상 공백을 가장 잘 메운 선수이기도 했다. 47경기 평균 27분 33초 동안 12.7점 5.4리바운드(공격 1.8) 2.4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하지만 2022~2023시즌은 한국가스공사와 이대헌 모두에게 악몽으로 다가왔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한국가스공사는 플레이오프에도 나서지 못했고, 이대헌 또한 부상으로 자기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이대헌 모두 많은 기대를 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전자랜드가 농구단 운영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첫 트레이드를 경험했던 팀이 전자랜드였습니다. 처음으로 운영 종료를 경험했던 팀도 전자랜드였죠. 그래서 더 아쉬웠어요.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라는 좋은 기업이 좋은 환경에서 인수를 해줬어요. 다만,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뛰었던 게 가끔은 그립습니다. 대구 팬 분들도 열정적이시지만, 인천 팬 분들의 응원도 뜨거웠거든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흥국생명 여자프로배구단이 지금 삼산월드체육관을 홈 코트로 삼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팀이 바뀐 이후로, 체육관 주변에 가보지 않았어요. 다만, TV로 여자배구를 가끔 보면, 묘한 느낌이 들어요. 집을 빼앗겼다는 느낌이요.(웃음)
그리고 이대헌 선수는 2021~2022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 첫 시즌이어서, 의미가 더 큽니다.
시즌을 치르다 보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또, 익숙한 선수들과 오랜 시간 뛰다 보니, 호흡도 더 잘 맞았어요. 저만의 힘으로 잘한 게 아니라, 동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좋은 기록을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김)낙현이라는 좋은 가드의 존재도 컸고요.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 여름 여러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습니다. 2022~2023시즌 ‘우승 후보’로도 꼽혔는데요.
저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팀원 간의 합을 잘 맞추지 못했어요. 맞추려고 하면, 부상 같은 안 좋은 일들이 발생했죠.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말씀하신 대로, 한국가스공사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구단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셨고, 팬들께서는 기대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선수들은 구단의 지원과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어요. 결과를 내지 못해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성적을 낼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재미있고 즐거운 농구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 여름 주축 자원들을 많이 잃었다. 주득점원이었던 이대성은 일본 진출을 선택했고, 핵심 포워드 중 한 명이었던 정효근은 안양 정관장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팀을 10년 넘게 이끌었던 유도훈 감독도 2022~2023시즌 종료 후 사퇴했다.
FA(자유계약) 자격이었던 이대헌도 한국가스공사를 떠날 수 있었다. 더 좋은 분위기의 팀 혹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헌은 한국가스공사에 남았다. 계약 기간 4년에 2023~2024 보수 총액 5억 5천만 원의 조건으로 한국가스공사와 재계약했다.
이대헌이 잔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를 높이 평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앞서 말했듯, 한국가스공사의 전력 이탈이 컸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대헌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책임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대헌 선수의 선택은 한국가스공사였습니다.
FA는 선수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한국가스공사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구에서의 좋은 추억이 많았습니다. 회사에서도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요.
무엇보다 가장 컸던 건, 같이 지내온 형들과 동생들이었습니다. 매일 보다 보니,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았어요. 함께 해온 선수들과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어요.
인천에 있을 때보다, 대구에서 선수들을 더 자주 보나요?
인천에 있을 때는 집과 가까웠습니다. 집에 자주 가는 선수들이 많았죠. 하지만 대구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선수들 대부분이 홀로 타지 생활을 해서, 서로를 의지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밥이라도 한 번 더 먹게 되고, 이야기도 한 번 더 하게 되죠. 서로의 고충을 공유하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믿음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선수끼리 더 가까워졌다는 장점도 생겼고요.
한국가스공사를 높이 평가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평가가 좋은 자극제가 될 텐데요.
작년에는 우승 후보였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요. 오히려 부담이 없어요. 그렇지만 이전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해요.
이대헌 선수는 아이재아 힉스나 앤서니 모스랑 합을 맞춰야 합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인성과 좋은 훈련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국내 선수보다 더 열정적이에요. 국내 선수보다 먼저 나서서, 운동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해요.
그리고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특히, 수비 공헌도가 커요. 국내 선수들이 수비 실수를 해도, 두 선수 모두 메워줄 능력을 갖췄어요.
이대헌 선수가 본 한국가스공사의 2023~2024시즌은 어떨 것 같으세요?
작년 성적이 워낙 안 좋았어서... 어쨌든 작년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성적이 아닙니다.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농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농구’를 강조하셨습니다. 근거가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 시즌의 저희 팀은 부진했습니다. 그렇지만 부진했던 성적이 좋은 계기로 작용하고 있어요. 서로를 조금 더 믿게 됐고, 각자의 책임감도 더 커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전보다 농구를 더 즐기는 것 같아요. 더 재미있게 하기도 하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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