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 논란’ 없는 10대들의 귀신 빙의 챌린지…늦가을 공포영화 큰 녀석이 온다 [리뷰]
촛불을 켜고 탁자 위 마네킹의 가짜 손목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톡 투 미(내게 말해봐).” 고개를 들면, 반드시 탁자 앞에 죽은 자의 악귀가 앉아 있다. 저건 진짜 악귀이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빙의 시간 90초를 넘기지 말고, 마네킹에게서 손을 떼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옆자리 친구들은 검은 동공이 동전처럼 커질 정도로 놀라 자빠지는 주인공 표정을 보고도 그저 낄낄 댄다. 녀석들은 방금 벌어진 ‘빙의 챌린지’를 동영상으로 찍은 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리며 즐거워 한다. ‘주작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벌어져도 문제 없다. 어차피 빙의 현장에서 빠져나오면 그만이니 말이다. 탁자 주변 친구들은 너도 나도 손목 마네킹과 악수하고 귀신을 ‘체험’하려 든다.
호주 쌍둥이 감독 다니엘 필리푸·마이클 필리푸 감독의 신작 공포영화 ‘톡 투 미’다.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95%, 제작비 대비 20배 수익을 이미 거뒀고 미국 유명 영화배급사 A24의 최고 흥행 호러물로 평가받는 수작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 건 늘 규칙을 벗어나기 마련이고, 결과도 사람의 이성 범위를 초월하는 법. 미아의 친구 동생인 라일리가 누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빙의에 도전한 뒤 사건이 벌어진다. 라일리의 첫 번째 빙의 순간에 하필 2년 전 세상을 떠난 미아의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를 그리워 하던 미아는 라일리에게 허락된 약속시간을 넘겨버리고, 라일리는 빙의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곳에 갇혀버린다.
그 이유는, 빙의를 위한 방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불안의 현상을 벗어나는 일이 ‘계산 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90초 안에 빠져나올 것. 그리고 손을 놓을 것.” 하지만 규칙을 어기면서 통제능력을 상실하고, 그 틈으로 악귀가 현실 세계에 개입하면서 극복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영혼이 들러붙을 때 공포에 휩싸이는 건 등장인물뿐만이 아니라 그걸 보고 있는 객석의 관객이기도 하다. 초현실적인 변수가 생기면서 공포가 극대화된다. ‘톡 투 미’는 그 과정에서 설득력이 높다.
암환자인 존 크레이머는 치료를 위해 멕시코로 떠나 의료진을 만나지만, 신뢰했던 의사들이 진짜가 아닌 사기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암이 전혀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크레이머는 사기꾼 의사들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It‘s time to play a game”이라는 문장은 쏘우 세계관을 압축한다.
직쏘가 만들어낸 ‘살인 게임’ 중 최악의 게임은 ‘직접 하는 뇌수술’이다. 크레이머는 자신이 받았던 수술을 사기꾼 의료진도 받게 하는데, 문제는 본인이 직접 본인의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직접 뇌의 일부를 잘라 유리병 안에 넣으면 게임이 끝난다.
보지 못하던 것을 보거나, 듣지 못하던 것을 듣거나. 며칠 뒤, 피칠갑을 한 잠옷을 입은 캐서린이 미사 중인 성당 복도를 걸어오며 외친다. “살과 피, 살과 피….” 퇴마의식이 시작되고, 퇴마사들은 두 아이의 심장이 동시에 뛴다는 걸 알게 된다. 한 아이를 살리려면 한 아이가 죽는 딜레마. ‘신의 장난’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생활고에 시달리는 마이크는 구직 끝에 피자가게 야간경비로 일하게 된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피자가게, 그러나 객장에선 자꾸 뭔가가 움직이는 것만 같다. 이 피자가게는 1980년대에 5명의 아이들이 인근에서 실종되면서 오래 전 폐쇄된 장소다. ‘애니메트로닉스’로 불리는 폭시, 보니, 치카, 프레디 등의 캐릭터들은 겉보기엔 귀여워 보이지만 밤중의 피자가게에선 눈빛이 달라진다.
일상 속 익명의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공포감을 다뤘다. 아파트에 혼자 살지만 좀처럼 웃음기 없이 무표정한 표정을 짓은 현정, 스마트폰 데이팅 앱을 통해 타인을 만나려는 현수 등 6명의 공포를 담아냈다.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하지만 흥행배우들도 여름 대목과 추석 대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더 문’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연구소’ 등 제작비 수백억원의 영화들도 관객에게 차갑게 외면 받았다. 반면 제작비 5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데다 칸영화제에서 호평까지 받은 영화 ‘잠’처럼 웰메이드 소형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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