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박보영의 반창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정승민의 정감록]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등 출연
3일 공개, 총 12부작

'정승민의 정감록(鄭監錄)'은 개봉을 앞두거나 새로 공개된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의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솔직한 리뷰를 담습니다.
※ 작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올 연말, 감기약 먹듯 지친 마음에 주저 없이 약을 털어 넣게 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온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불철주야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불 꺼질 틈이 없는 명신대병원에는 웬만한 서비스직, 친절 사원 못지않은 '환자 바라기' 간호사 정다은이 있다.
내과에서 3년 동안 근무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를 결심한 정다은. "왜 정신과를 선택했냐" 이유를 물어보면, 다은은 무언가를 감추는 듯하면서도 내과보다 정신병동 간호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더 나은 곳을 추천받은 것 같지만, 다르게 보면 유배였다. 혹여 잠든 환자가 잠에서 깰까 기초 검사 하나도 천천히 숨죽여 할 정도로 누구보다 환자를 배려했던 다은이지만, 그렇게 시간을 더 쓸수록 동료 간호사들이 챙겨야 할 환자가 늘어났다.

흔히 '성격 안 좋지만 일 잘하는 사람'과 '성격 좋지만 일을 못 하는 사람'을 밸런스 게임 선택지로 내놓는데, 다은이 마냥 일을 못 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후자에 속했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내과 수간호사는 다은의 배려 넘치는 성격이 정신건강의학과에 잘 맞을 것이라며 '좋은 말'로 전과를 권한다. 하지만 나중에 우연히 수간호사의 말을 들어보니 다은을 '짐 덩어리'로 생각하고 있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수간호사에게는 짐을 떠넘겨서 미안하다 말하는 게 아닌가.
늘 환자 앞에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친절했던 다은이지만, 원치 않게 듣게 된 전과 이유는 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로 일해야 하는 다은. 과연 다은의 마음에도 구름 없는 환한 아침이 올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병 하나씩은 있다고 했던가. 살면서 감기 한 번 안 걸려본 사람 없는 것처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침 증세가 있을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가 바로 약을 목에 털어 넣지만,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나거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마음의 증세'가 있을 때는 시선 혹은 기록이 무서워 병원에 가지 못한다.
그러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게 된다면, 아픈 마음에 주저 없이 약을 털어 넣게 될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별로 다양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등장하는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결국 이들도 무언가로부터 상처를 입은 뒤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준다.
다은의 첫 환자로 등장하는 양극성 장애(조울증) 환자 오리나(정운선)는 말 그대로 'VIP'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엄마가 포도를 챙겨주는 것보다 밖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엄마가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은 자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성애로 가득 찬 저 문장은 오리나에게 독이 됐는데, 자세한 에피소드는 작품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처음에는 환자를 보며 왜 저러나 싶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환자들에게는 저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모종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정다은의 세심한 케어는 반창고가 된다.
박보영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어떤 배우가 온다 해도 '뽀블리' 박보영만이 가진 특유의 치유 능력은 감히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다.
'눈이 부시게'를 집필한 이남규 작가의 힘이 서려 있는 걸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재질은 잔잔하고 담백한 '눈이 부시게'와 '낭만닥터 김사부'를 섞어놓은 느낌이다.

물론 '김사부' 속 미스터 구(이규호)처럼 '정신병동'에도 윤만천 보호사(전배수)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 은근슬쩍 찾아와 주인공에게 위로를 건넸던 오명심(진경)처럼 '정신병동 기둥'인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이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웰메이드 힐링 의학 드라마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도 비교 대상으로 둘 수 있겠지만, 작품을 보면서 직접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느낌이 드는 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올 한 해 유독 마음이 아프고 지쳤다면, 수많은 '힐러' 정다은이 반겨주는 전국 정신건강의학과로 당당하게 향하는 건 어떨까.
한편,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3일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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