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총책 옥중 인터뷰 “연예계-재벌가- 화류계가 주요 고객”
(시사저널=조해수·김현지 기자)
또다시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졌다. 인천경찰청은 배우 이선균씨와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유흥업소 여실장, 의사와 유흥업소 종업원 등 5명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 이 밖에 재벌가 3세, 작곡가, 가수 지망생 등 5명에 대해선 투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선균씨는 10월2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사실상 마약 관련 진술을 거부했다. 이때 실시한 간이시약 검사에선 음성 반응이 나왔다. 11월4일 2차 조사가 진행되는데, 경찰은 최소 2주 넘게 걸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일단 이씨 진술부터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씨는 유흥업소 여실장의 자택에서 올해 초부터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선균, 진술 거부…지드래곤, 11월6일 조사
가수 지드래곤은 11월6일 첫 조사를 받는다. 지드래곤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경찰 조사 때 모발 및 소변 검사에도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의사-유흥업소 여실장 등을 통해 마약이 지드래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은 지드래곤의 통신 내역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드래곤이 오래전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이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드래곤은 2011년 일본의 한 클럽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배우 유아인씨는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예인과 재벌 3세, 유흥업 종사자들이 등장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마약 스캔들은 곪아있던 고름이 터져 나오듯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 마약 사건은 터질 때마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지만,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연예인 이름만 달라질 뿐, 비슷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아이돌 출신 가수 남태현씨와 방송인 서민재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 서씨 자택에서 함께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9월에는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김민수)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필로폰을 매매·소지하고, 공범들과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올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가수 탑(최승현)과 비아이(김한빈)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대마초 흡연, LSD 투약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9년 배우 주지훈은 케타민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배우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연예인 마약 사건에서 빠지지 않은 이름은 이른바 재벌 3세들이다.
201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버닝썬 게이트'로 촉발된 강남 클럽 마약범죄에도 이들은 빠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와 귀화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아무개씨,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아무개씨 등을 검거했다.
정씨의 경우를 살펴보면 마약이 재벌가에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정씨는 미국 유학 시절 알게 된 마약 공급책 이아무개씨로부터 변종 마약인 전자담배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구매해 투약했다. 액상 대마는 일반 대마초에 비해 10배 이상 환각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또 다른 재벌가 자제인 최씨에게 이를 퍼뜨렸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마약 파티
시사저널은 연예인-재벌 3세 등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마약범죄 실태를 알기 위해 오래전부터 마약사범들과 옥중 서신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이들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한 마약사범들은 관련자들의 실명은 기본이고 마약을 판매하거나 투약한 장소, 액수 등을 가감 없이 밝혔다. "같은 내용을 검찰에 진정서로 제출했다"며 "내용이 허위일 경우 형사상 처벌을 받겠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강남총책파'로 알려진 A씨는 동남아 마약왕 '전세계' '사라 김' 등으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해 '바티칸 킹덤' 등과 함께 국내 마약 판매 총책(총책임자)으로 활동했다. 다음은 A씨와 진행한 옥중 인터뷰 중 일부분이다.
"화류계-연예계-재벌가-범죄자가 주요 고객이다. 연예계 쪽은 같이 놀아서 (마약을 투약한 사람을) 많이 알고 있지만 개인 신상까지 알려주기는 곤란하다. 유튜버들도 많이 하는 추세다. 장담하는데,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90% 이상은 마약을 했거나 하고 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다. 화물운수업자, 주식 트레이더, 골프 선수, 노가다(공사장 인부), 음식배달업자 등도 있다. 부부끼리 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계-재벌가 사람들이 '마약 주요 고객'으로 화류계-범죄자와 나란히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뭘까.
"연예계-재벌가 사람들은 화려한 인생을 살다 보니, 술-섹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겠나. 돈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똥파리'가 많이 꼬이기도 한다. 돈에 구애받지 않다 보니 부담없이 마약을 즐기는 편이다. 대마초 1g에 15만원, 엑스터시 1개 15만원, 케타민 1g 35만원, 필로폰 1g 60만원, 코카인 1g 80만원 정도다. 이 정도 금액은 그 사람들에게 푼돈에 불과하지 않을까."
"금고 안에 흰색 가루 2kg, 알약 수백 개"
좀 더 구체적인 상황으로 들어가 보자. B씨는 사업상 재벌 C씨를 만났는데, 이때 '그들만의 리그'를 접하게 됐다. 다음은 B씨의 증언이다.
"저녁 6시쯤 이른 시간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C씨를 만났다. 룸으로 들어가 보니 정치인 아들, 재벌가 아들, 마약 딜러 그리고 아가씨(유흥업소 종사자) 몇 명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흰 가루가 놓여 있었는데, 이를 코로 흡입했다. C씨가 '같이 사업을 하려면 믿음이 필요하다. 당신도 (흡입)해라'라고 마약을 강요했다."
첫 만남 이후 B씨는 C씨의 집까지 방문했다. B씨는 인터뷰를 통해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C씨의 정확한 집 주소를 밝히기까지 했다.
"침대에 기대서 얘기를 나누던 차에 C씨가 옆에 있던 금고를 열어서 흰색 가루가 든 지퍼락 봉지와 알약이 수백 개 들어있는 봉지를 꺼내 내게 자랑했다. 흰색 가루는 적어도 2kg 정도는 돼 보였다. 흰색 가루는 케타민, 알약은 엑스터시라고 했다. 내가 '이 많은 약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C씨가 '돈만 있으면 약 구하는 게 뭐가 어렵겠냐'며 씩 웃더라."
케타민 2kg이면 7억원(1g당 35만원으로 계산) 상당이다. 여기에 엑스터시 수백 알이면 수천만원(1알당 15만원)에 이른다.
C씨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화려한 인맥들은 누구일까. B씨는 관련인의 실명을 모두 거론했지만, B씨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 다만, B씨는 검찰에도 이와 같은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씨가 마약에 취해 본인 휴대폰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재벌그룹 3세들, 연예인과 함께한 마약 파티 동영상이 있었다. 내가 반신반의하니, 내 앞에서 직접 연예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여러 정치인과 함께 골프 쳤던 동영상을 또 보여줬다. 그러더니 검사 2명에게 전화를 했는데, 무척 친해 보였다. C씨는 집안의 재력과 인맥이 탁월해 조금만 (마약 관련) 말이 새어나가도 다 알고 대비할 것이다. 나는 목숨을 걸고 진술하고 있다. C씨의 집, 차량, 전화기, 사무실,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 반드시 마약이 나올 것이다. (나의 말이) 단 하나라도 사실이 아니라면 민형사상 어떤 책임도 달게 받겠다."
마약 총책 A씨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약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약은 소프트·하드 드럭(drug)으로 나뉜다. 소프트 드럭에는 대마·케타민·엑스터시가 있고, 하드 드럭에는 필로폰·코카인·헤로인·펜타닐 등이 있다. 처음엔 대마 같은 약으로 가볍게 시작해 엑스터시, 케타민을 하다가 더 강력한 걸 찾게 된다. 결국 필로폰, 코카인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죽기 전까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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