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야심 가득한 신태용 감독의 자신감, "과거의 인도네시아가 아니다"
(베스트 일레븐=성남)
▲ 피치 피플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최근 성남 FC가 신상진 성남시장 겸 구단주가 참석한 가운데 클럽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외부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이 자문위원 중 가장 시선을 끄는 이가 있었으니 모처럼 한국을 찾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현역 시절은 물론 지도자로서도 성남에 모든 것을 다 쏟은 '레전드 중 레전드'인 신 감독은 팀을 떠난 지금도 성남과 깊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명예직에 가까운 직책이긴 하나 자신이 가진 노하우로 성남의 발전에 보탬이 되려고 한 이유다.
물론 본업도 충실해야 한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이라는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있다. 어느 무대할 것 없이 '언더독'으로서 도전해야 할 처지이긴 하나, 신 감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신 감독은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두고 과거의 인도네시아가 아니라고 자부했다. <베스트 일레븐>이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성남은 1부에 가네마네 해야 하는 팀"
Q. 모처럼 한국에서 만나게 됐다. 소감은?
"휴일이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잠깐 쉬러 왔고, 병원에서 건강 검진도 받을 일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Q. 성남 FC 선수 파트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현역 시절부터 레전드로서 성남에 정말 많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일단 성남 FC, 그러니까 전신인 성남 일화 시절부터 제가 정말 큰 영광을 누린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가 영원한 성남 레전드로 남아있을 수 있었죠. 또 이곳 클럽하우스 길 건너에 우리 집도 있고(웃음), 제 큰 놈(신재원)이 이 성남에 몸담고 있으니 성남이라는 팀은 정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항상 애착이 가는 팀입니다.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Q. 성남이 올해 K리그1 승격에 실패했는데 아쉽지 않은지
"일단 성남은 플레이오프 정도는 올라가서 K리그1에 올라가네 마네 하는 정도의 싸움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냐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단 올해는 못 올라갔으니 아쉬움이 남지만, 내년에는 정말 선두를 다퉈 K리그1에 복귀할 수 있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농담 섞은 질문인데 아들에게 승격에 대한 압박은 주는지?
"그런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이기형 감독이 알아서 잘할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신)재원이나 (신)재혁에게 팀에 대해서 그렇게 프레셔를 주진 않습니다(웃음)."
"월드컵 최종 예선과 아시안컵 16강이 목표"
Q. 인도네시아 감독으로서 근황이 궁금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과 2023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는데
"생각했던 대로 팀을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월드컵 예선의 경우 플레이오프를 거쳐 현재 2차 예선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우리 조에는 이라크·베트남·필리판이 함께 속해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자신있게 승부해 최종 예선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저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라크·베트남과 대결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국 중 최하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는 팀입니다.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그래도 16강에 진출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냉정히 인도네시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제 바람입니다. 거의 70~80% 정도는 가능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아시안컵 16강 진출 가능성은 5대5라고 봅니다."
Q. 아시안컵 대진상 토너먼트에서 한국과 맞붙을 수도 있는데
"잘하면 한국하고 붙을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냉정히 얘기하면 힘들 거라 봅니다. 한국은 우리에게 힘들고 버거운 상대인 건 분명합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약한 팀이라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공은 둥근 법입니다. 맞붙게 된다면 배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Q. 아스나위 선수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까?
"아스나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상당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귀화 국가대표 선수들도 팀에 상당히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젠 예전의 인도네시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봐주셔야 할 겁니다."
Q. 인도네시아 귀화 국가 대표들에게는 얼마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아마 우리 인도네시아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기존 선수들은 실력적 문제보다는 다소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게 단점이었습니다. 그 단점을 귀화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이 지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인도네시아가 상당히 무서워진 팀이 됐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행복하다"
Q. 인도네시아가 당신의 축구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는 나라가 되었는지?
"일단 제가 처음 갔을 때는 인도네시아 축구가 변방이었고요. FIFA 랭킹이 175위까지 내려가 있던 팀이었는데,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선수들이 따라오는 모습과 인도네시아인 특유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신태용이라는 사람을 믿고 따라와주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볼 때 큰 행복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FIFA 랭킹 145위까지 올라갔는데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이제 2024 파리 올림픽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도 한번 도전해보자는 자신감도 가집니다. 제게는 이런 것들이 엔돌핀이자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죠. 정말 행복합니다."
Q. 월드컵 본선 티켓이 8.5장이니까 흐름타면 진짜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8.5장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2차 예선을 통과하게 되면 모를 일이죠. 최종 3차 예선에서는 A·B·C 조에서 1위와 2위는 월드컵에 가게 되고 각 조 3·4위가 2.5장을 놓고 싸우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이다. 인도네시아 팬들이 신태용 감독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반응이라고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행복한지?
"인도네시아에서 정말 행복하고요. 과거 한국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행복을 누렸듯이, 물론 그 정도는 아니겠으나 이 신태용도 히딩크 감독님처럼 인도네시아에서 행복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축구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인도네시아 팬들이 저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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