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카르텔법’ 막아야 제2의 尹 막고 당도 이재명도 승리”
“병립형 회귀, 尹 거부권 행사 보장하는 것…47석 비례의석 양당 독식”
“민주당이 또 위성정당? 유혹 이겨내 ‘尹 심판’ 구도 만들면 확실한 승리”
“‘연합 200석’은 ‘거부권 기반’ 축소해 尹에 대한 가장 확실한 심판될 것”
(시사저널=김종일·구민주 기자)
'무(無)국가 상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이렇게 정의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거대 양당의 '증오 정치'라는 구도 속에서 국민의 절박한 삶의 문제들은 계속 외면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형태는 존재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 무국회 상태다. 그는 지금의 정치 실종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무능력하고 국민 삶과 유리된 정치는 2027년 대선을 넘어 기약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결책이 있기는 한 걸까. 이 의원은 "있다"고 단언한다. 거대 양당의 반사이익 구조를 깨뜨리는 정치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퇴행'을 막아야 한다. 이 의원에게 이 문제는 자신은 물론 민주당과 국가 전체적으로도 절박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직을 걸고 막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하게 만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와 위성정당 재현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11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거대 양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선거제(병립형)로의 퇴행이 아닌 민주당이 당초 국민 앞에 약속한 '연합정치'가 가능한 선거제(준연동형)로 2024년 총선을 치러야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모두 궁극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0석을 가져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번번이 가로막혀 주요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지금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치 기반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개헌선을 확보해 결선투표제와 대통령 중임제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연합 200석'을 말한다. 민주당이 진보 야당은 물론 합리적 보수세력과 협력·연대하는 연합 200석을 목표로 한다면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를 100석 이하로 묶어둘 수 있다. '협치의 제도화'로 지금과 같은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 행사를 막아내자는 설명이다. 헌법상 대통령이 특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중요한 교훈을 줬다"며 "'윤석열 심판'이라는 단일 기조로 하나로 뭉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마침 보수는 분화하고 있다. 지금이 정치개혁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정치개혁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어떤 취지인가.
"국민 입장에서 보자. 국민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1년 6개월째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59조원 규모의 세수가 펑크가 났는데 대책은 안 보인다. 난데없이 '반국가세력' 투쟁 선언을 하는가 하면, 극우 인사들을 무더기로 임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탄핵'까지 언급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반면 국회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들도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무정부'는 물론 정치 실종 상태인 '무국회' '무국가 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증오 정치'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안 해도 상대에 대한 증오심만 불러일으키면 표를 얻는다. 이 반사이익 구조를 깨야만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럼 정치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누가 더 일을 잘하는지 '일하기 경쟁'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법이 현행대로 추진되면, 적어도 비례대표 47석에는 다양한 정당들이 진입할 수 있다. 국민에게 최선 대신 차선 혹은 차악을 뽑는 한정된 선택지 대신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정당들은 일을 하게 된다. 상대의 실수에 기대는 정치가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를 외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연합정치'도 가능해진다. 사안별로 같은 뜻을 가진 정당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국민의 동의 수준도 넓어지고, 한 정당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부작용도 덜 하게 된다. 국민 선택권이 넓어지면 일 잘하기 경쟁이 이뤄지고, 연합정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행 비례대표를 뽑는 준연동형이 아닌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걸 '퇴행'이라고 말한다.
"병립형 비례제를 흔히 '양당 카르텔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선거제를 병립형으로 돌려놓으면, 거대양당 기득권 구조는 더 강해지고 고착화된다. 지난 2020년 총선 득표율로 병립형일 때를 계산해보면, 양당이 290석을 차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양당이 차지하고 있는 283석도 1987년 이후 최대 점유율인데, 그보다 더 높아지는 것이다. 소수 정당은 그야말로 씨가 마르게 된다."
연동형을 '골목상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표현하는 이유는.
"한국은 특이한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300석 중 253석이라는 절대 의석수가 지역구 소선거구제로 치러진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그리고 253석 지역구 의석 대부분을 거대양당이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사표가 엄청나게 발생한다. 국민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비례의석인 47석, 이 골목상권만큼은 거대 양당이 들어가지 말고 다른 정당들이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이게 연동형이다. 병립형은 이 골목상권마저 거대 양당이 뚫고 들어가서 나눠먹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선 국민이 비판적인 '위성정당' 재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지금 입장은.
"당의 공식 입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후보는 '위성정당 금지법' 추진을 약속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선 전(全) 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결의했다. 저 역시 곧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설사 위성정당이 나오더라도 추후 합당을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우리도 안 만들 수 없다'라는 주장이 커질 수 있을 텐데.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더라도 민주당이 따라갈 필요는 전혀 없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으로 비례대표 19석을 얻었다. 만약 이번에 또 만들면, 국민이 과연 그만큼을 다시 몰아줄까? 전 절반도 못 얻을 것으로 본다. 지금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만 150석을 넘게 갖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심판'이라는 하나의 뚜렷한 전선만 잘 갖고 가면 지금 민주당이 보유한 의석 대부분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럼 위성정당 없이도 넉넉하게 제1당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위성정당을 만들면 '민주당 견제론' '민주당 심판론'이 커져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차라리 병립형으로 지난 총선처럼 확실하게 180석을 목표로 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거대 양당이 병립형으로 선거를 치르면, 어느 한 당이 최대로 가져갈 수 있는 의석수는 180석 정도다. 그 이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이야기를 뒤집으면 다른 거대 정당은 아무리 못해도 110석은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지금의 반사이익 정치구조가 유지된다는 뜻이고, 지금처럼 대통령이 계속해서 '묻지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병립형은 상대 당의 110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도 자연히 '증오 대선'이 될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는 또 반사이익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제2, 제3의 윤석열의 탄생도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단독 180석은 여전히 매력적인 목표일 텐데.
"단독 180석으로는 세상을 못 바꾼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180석으로도 약속한 개혁을 수행하지 못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께 '그럼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내놔야만 한다. 국민은 민주당이 연합정치 속 연합 리더십을 선보였을 때 성과를 낸 기억을 갖고 계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바로 그랬다. 당시 민주당만으로는 탄핵 가결 의석수가 되지 않아 국회의 다양한 세력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합 리더십을 발휘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20%대에 머물던 민주당 지지율은 50%대까지 폭등했다. 저를 두고 '정치 이상주의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오히려 '정직한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연합정치는 필요하다. 저에게도 절실한 문제다. '당신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제 소신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제 개혁은 꼭 이뤄야 한다."
연합정치가 성사되면 국민에게는 무엇이 좋을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반사이익 구조가 무너지고, 의제의 성격에 따라 합리적 보수와 진보 세력과 사안별로 협력해 일이 되는 정치가 만들어질 거다. 오래된 숙제들도 풀 수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도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다. 반사이익 구조로 가장 득을 본 인물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반사이익 구조가 지속되면, 여당은 차기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처럼 또 다른 양자를 내세워 '이재명 공격'과 언론플레이 등에만 몰두할 것이다. 반사이익 구조가 깨지면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은 이 대표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것이다. 다음 대선도 마찬가지다."
반사이익 구조가 깨지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는 건가.
"그렇다. 반사이익 구조가 깨지면 손해보는 유일한 사람은 딱 한 명 윤 대통령이다. 그리고 극우 보수 세력이다. 이 공간을 축소시키면 모두가 조금씩 더 이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 보수도 더 성장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윤 대통령과 극우 보수세력은 반사이익 구조를 먹고 산다. 이번 기회에 그 본진을 깨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법 개혁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이 윤 대통령에 대한 가장 생산적이고, 근본적이며, 확실한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다신 이런 사람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영구제명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지금이 개혁의 타이밍이라고 보나.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고 본다. 지금 보수는 분화하고 있다. 촛불이 만들어낸 가장 큰 특징은 극우 보수와 온건 보수로 보수가 나뉘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극우 보수로 보수를 통합하려 한다. 윤석열이라는 무책임한 대통령이 탄생한 바람에 보수는 다시 분화를 겪으려 한다. 이런 기회는 민주당 역사에서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현실론'은 만만치 않은 난관이 될 수 있다. 이탄희가 믿는 구석은 무엇인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국회에서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믿는 구석은 결국 국민의 지지다.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들을 믿는다. 일상이 고단하기에 매일 정치에 관심을 쏟을 수는 없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좋은 정치의 손을 들어주신다. 제가 제 역할을 다 하면 국민께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민도'를 믿나.
"물론이다. 꼭 필요한 일이면 국민이 함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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