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배양육… 되레 지구에 독 될 수 있다[북리뷰]

유민우 기자 2023. 11. 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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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음식인가?'는 소비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였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수치에 현혹되지 않고 전 세계 인구 90% 이상이 고기를 먹는 현실에서 배양육 회사들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배양육, 채식 버거가 과연 환경과 건강에 기여할까? 배양육 쇠고기를 만들 때 일반 쇠고기보다 천연자원을 적게 쓸까? 식품 업체들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생각보다 기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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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미래
라리사 짐버로프 지음│제효영 옮김│갈라파고스
버거 10억개,소 50만마리 필요
배양육 대체할 땐 1마리면 돼
미래 식품 효율성 기대감 커져
탄소 배출량 등 장기적 비교 땐
배양육이 온난화에 더 악영향
생산과정에 대한 비판적 분석
게티이미지뱅크

‘건강에 좋은 음식인가?’는 소비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보기 힘들어졌다. 자연스레 건강과 환경을 모두 신경 쓰는 식품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이에 호응해 나온 것이 대체육, 배양육 등 대체 식품이다. 대체 식품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일까?

제1형 당뇨병 환자로 어려서부터 늘 음식의 성분에 촉각을 세우고 살아온 저자는 표고버섯에서 만들어진 식물성 버거 패티, 배양육 등 다양한 ‘미래 식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유통되는지 집중 탐구한다. 대체육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곰팡이와 여러 재료를 배합·배양하는 것이다. 우린 수천 년 전부터 간장과 쌀 식초, 된장 등에 맛을 내는 활성 성분으로 곰팡이를 활용해왔다. 이젠 곰팡이로 닭고기, 베이컨 등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음식·기술 전문 기자로 누비고 다닌 많은 대체 식품 업체들을 생생히 묘사하고 대체 식품의 개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미래 기술로 집약된 공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미래 식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도 책의 매력적 요소다. 미래 식품의 효율성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하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진은 2020년 ‘배양육의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간 격차 줄이기’라는 논문에서 이론적으로 소 한 마리에서 얻은 생체 조직 표본 하나로 한 달 반이면 쇠고기 버거 10억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양의 버거를 일반 축산물로 만들려면 18개월이 걸리며 소 50만 마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수치에 현혹되지 않고 전 세계 인구 90% 이상이 고기를 먹는 현실에서 배양육 회사들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여전히 ‘진짜 고기’에 대한 선호가 높고 배양육 가격이 아직 지나치게 높아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의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맛이 같고 가격도 같다면 어떤 햄버거를 선택하겠냐?’고 묻자 응답자의 65%가 쇠고기가 들어간 버거를 선택했고 21%는 식물 재료 버거, 11%만이 배양육 버거를 택했다.

배양육, 채식 버거가 과연 환경과 건강에 기여할까? 배양육 쇠고기를 만들 때 일반 쇠고기보다 천연자원을 적게 쓸까? 식품 업체들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생각보다 기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배양육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쇠고기보다 적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격차는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쇠고기 생산 과정의 메탄 배출량이 이산화탄소와 달리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육류 생산이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체 식품의 생산 과정·수익 모델·영양 성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대체 식품 선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맛’이다. 이에 대한 작가의 가감 없는 솔직한 평가도 책을 술술 읽히게 한다. 채식주의 치킨을 먹은 후 “닭고기 같은 쫄깃함은 없었다. 닭고기가 아닌 것을 닭고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평하거나 채식주의 베이컨을 먹은 후 “일반 베이컨이라고 속이려 한다면 속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식용 합판을 씹는 듯한 식감이 영 별로였다”며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대체 식품 사업자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 및 인터뷰를 게재한 것도 과학적 설명이 많은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352쪽, 1만85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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