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간 전쟁 비극 반복된 예루살렘[북리뷰]

■ 예루살렘의 역사
뱅상 르미르 지음│크리스토프 고티에 그림│장한라 옮김│서해문집

지중해 레반트 한 귀퉁이의 외딴 도시 예루살렘은 인류 절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은 하나의 땅이지만 두 개의 도시가 있고, 세 개의 유일신 종교가 각축했던 예루살렘이 거쳐 온 과거와 현재가 또 한 번 대치하는 사건일 뿐이다. 프랑스 최고의 역사학자 뱅상 르미르가 펼치는 ‘예루살렘의 역사’를 눈에 담으면 세계사가 보인다.

책은 문명과 종교가 끊임없이 충돌했던 최전선인 예루살렘을 거쳐 간 인류의 역사를 들려준다. 저자가 예루살렘에 직접 거주하며 마주한 풍경과 수많은 문헌과 미공개 아카이브를 활용해 만들어낸 연대기엔 온갖 것이 얽힌 혼성적인 도시의 역사와 당대 삶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4000년 전 이집트 파라오의 품에 있었을 당시부터 2년 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까지 순식간에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왜 이 황량한 도시를 놓고 전 세계가 갈등을 빚는지를 설명한다. “성전(聖殿)을 절대시하고, 모독하고, 복구하고, 복제하고, 파괴하고, 재건하는 일이 도시의 역사에서 주축이 되어갈 터”라며 거대한 세 유일신 종교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릴 것이란 저자의 통찰과 균형 잡힌 서술은 종교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예언이 아닌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엄밀함으로 빚은 객관적 진실이다. 신비롭고 찬란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불안한 특유의 예루살렘 분위기를 포착한 크리스토프 고티에의 그림은 복잡다단한 역사의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있게 돕는다. 256쪽, 2만85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