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나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한 만큼 온라인에서는 변화 뒤처져
이마트가 분기마다 영업 손실을 기록할 동안 e커머스 업체 쿠팡은 매출 15조 3,749억원으로 이마트 매출을 넘어섰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창립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유통사를 부르는 단어마저 바뀌었다. 올해 초까지는 시장 규모 순위를 빗대 ‘이마롯쿠(이마트·롯데마트·쿠팡)’라는 말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쿠이마롯’이라는 말로 순서가 바뀌기 시작했다. 2분기 매출 규모로만 보면 쿠팡 7조 6,749억원, 이마트 7조 2,711억원, 롯데쇼핑 3조 6,222억원으로 쿠팡이 맨 선두에 섰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이후, 분기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인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최근 주춤하긴 했으나 올해 7%대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기존 유통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엔데믹에 접어들었지만, 2년 넘게 진행된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 행태가 변화했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전에는 이마트에 자주 갔지만 요새는 그보다 물건이 많고 싼 홈플러스에 간다”며 “나가기 귀찮으면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20대 B씨는 “주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데 SSG닷컴은 무료 배송을 시키려면 4만원이나 채워야 해서 쿠폰을 많이 주는 마켓컬리로 주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됐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도 뼈아프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30대 주부 C씨는 “이마트와 스타벅스까지는 신세계그룹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G마켓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지는 알지 못했고, G마켓과 SSG닷컴이 함께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았다면 좀 더 찾아봤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캐셔를 셀프 계산대로 대체하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우려가 적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을 즐겨 찾는 이용객들의 연령대를 고려할 때 되레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C씨는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는데 센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20개 정도의 상품을 태그하는 데 몇 차례나 에러가 나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며 “도와주는 분들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게 과연 소비자를 위한 혁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각각에서 경쟁력을 다르게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경기 둔화 등 거시경제 환경이 소비 심리를 제약하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경쟁은 높은 수준을 지속해 대형 마트 부문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우려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 줄었고 영업 적자도 30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영업 손실이 2,602억원에 달한다. 대형 마트 3사는 위기감을 느끼고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로 변화를 꾀했다. 올해까지 리뉴얼을 마친 매장은 80여 개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신세계의 ‘뼈 깎는 쇄신’이 발길 돌릴 수 있을까.
이번 인사를 상세하게 살펴보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신세계 대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겸임케 했고,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를 통합한 유통사업군 1인 대표 체체로 전환돼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끌게 했다. 박 대표와 한 대표 모두 이명희 회장 직속인 그룹 전략실 출신 인물이다. 신세계L&B 대표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겸직하고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또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겸직하게 된다. 신세계라이프쇼핑 대표에는 11년간 안정적으로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끈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임명됐다. 마인드마크 대표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로 불리는 김현우 대표가 영입됐고, 더블유컨셉코리아는 이주철 G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 측은 대표 겸직을 통해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활성화, 온라인 경쟁력 극대화 및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론칭 후 회원들이 평균 3개씩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신세계 유니버스 안에서 고객들이 여러 이용처를 돌며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 멤버십에 참여하는 6개 계열사 외에도 현재 신세계그룹 내에서 이마트24와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등을 멤버십에 동참시키고, 이동통신, 항공, 금융, 게임, 배달 플랫폼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과도 멤버십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이마트는 종전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운 고객 니즈 및 상권 변화에 맞춰 진화시키는 중”이라며 “자회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멀티플랫폼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도 적극 키워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플루언서, 구단주, 그리고 재벌 그룹의 부회장 ‘정용진’
이는 한때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경쟁사인 더현대 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아 쇼핑하는 사진을 올리며 젊은 세대와 소통했기 때문. 신세계푸드의 고릴라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향해 “짜증 나는 고릴라 X끼”라며 욕설 섞인 멘트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됐다.
SSG 랜더스를 인수하면서 구단주가 된 뒤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구단 인수 후 선수들에게 한우를 선물하고, 선수들이 홈으로 사용하는 구장 잔디와 라커룸, 식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올 초에는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 캠프지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특별 만찬을 베풀었다. 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공유하고, SSG 랜더스 팬들의 의견에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팬의 댓글에 “그냥 기다려봐~”, “너만 아는 거 아니야” 등의 댓글을 달았고, 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사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서 이런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신세계 야구단인 SSG 랜더스에 1,000억원, 패션 플랫폼 W컨셉에 2,616억원,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섀퍼 빈야드에 3,000억원을 투자해 인수를 성사시켰지만 ‘유의미한 수익’은 아직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SSG 랜더스 이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SSG 랜더스 경기를 관심 있게 챙기는 정용진 부회장은 ‘오심 논란’이 생기자 직접 KBO를 찾아 허구연 총재와 면담하기도 했다.
9월 21일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 경기 중 8회 말 1사 만루에서 SSG 랜더스 박성한이 날린 강한 타구가 1루수 글러브에 스친 뒤 파울 지역에 서 있던 1루심 몸에 맞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 SSG 랜더스는 경기에 패했고 KBO는 경기 진행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1루심에게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직접 KBO를 찾아 “오심은 없어야 한다”며 항의했고, 이를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북한이 싫다고 해석될 수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논란 탓에 신세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외부로까지 영향을 미치자 정 부회장은 결국 “논란이 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의 부진을 놓고 정 부회장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른 재벌가의 오너들과 달리 정 부회장이 SNS라는 창구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양날의 칼처럼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소통 역량과 별개로 신세계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일론 머스크가 SNS에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올리더라도 높게 평가받는 것은 테슬라 등 사업으로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정용진 부회장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서울문화사 DB, 정용진 인스타그램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