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클래식 음악, 시대와 고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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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들은 각각의 시대와 연결짓기가 쉬웠죠. 그런데 지금 클래식 음악은 고립된 것 같습니다."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각각의 시대와 연결 짓기가 매우 쉽다. 1960년대 말만 해도 음악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치면서 클래식 음악이 상대적으로 고립된 음악이 된 것 같단 생각을 자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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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 출신
“음악은 인류에게 없어선 안돼
미래에 향해야 할 방향 알려줘”
9일 인문학 강연·14일 공연
브리튼 ‘일뤼미나시옹’ 불러
“인간사 거울처럼 담은 작품”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들은 각각의 시대와 연결짓기가 쉬웠죠. 그런데 지금 클래식 음악은 고립된 것 같습니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 ‘노래하는 인문학자’라 불리는 세계적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말이기에 더 믿음이 간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석사,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29세까지 옥스퍼드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학자였다. 음악이란 한 우물만 파기에도 벅찬 클래식 세계에서 ‘박사 테너’인 보스트리지의 위치는 조금 특별하다.
내한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보스트리지는 “음악을 통해 많은 것들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것에 관심이 있다”며 “지금의 클래식 음악은 그것의 문화적, 정치적 뿌리에서 분리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각각의 시대와 연결 짓기가 매우 쉽다. 1960년대 말만 해도 음악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치면서 클래식 음악이 상대적으로 고립된 음악이 된 것 같단 생각을 자주 한다”고 토로했다.
보스트리지가 이번에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공연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음악과 인문학, 음악과 문학이 교차하며 융합한다. 9일 거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는 강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14일 들려줄 벤저민 브리튼의 연가곡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동명 시집 속 9개의 산문시에 선율을 붙인 작품이다. 모두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9∼22일)의 일환이다. ‘힉엣눙크’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 클래식을 현시대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음악 축제다.
보스트리지는 9일 강연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전쟁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이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뤼미나시옹’에 대해선 “브리튼은 20세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며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한데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다.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브리튼은 시의 뜻을 몰라도 소리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고,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보장된 경로였던 교수의 길을 버리고 무대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보스트리지는 강단에 섰던 시절인 1993년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를 만나 성악가란 열망에 빠졌다. 그는 “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인데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고, 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인류에게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했다. “인류의 역사와 사회 등을 이해하고 도덕적 존재로 거듭나고 더불어 미래에 어느 곳을 향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뿐 아니라 음악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악가는 다른 연주자와 달리 무대 위에 우뚝 서 관객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다른 연주자에 비해 관객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나의 작품을 부르는 건 하나의 의식(ritual)과 같아요. 그 의식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몰입하고, 다른 작품을 만나면 새로운 의식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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