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혼다의 이야기가 담긴 곳,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

2023.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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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개장한 모빌리티 리조트, 트윈 링·콜렉션 홀 등 갖춰
 -인간·자연·모빌리티 공존하는 공간

 일본 도치기현 남부에 자리한 모테기 정(町). 인구 1만1,000여명의 작은 도시 한쪽에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Mobility Resort Motegi)가 있다. 혼다가 1997년 8월 설립한 이곳은 두 겹으로 이뤄진 서킷, 트윈 링 모테기(Twin Ring Motegi)로 유명하다.



 '트윈 링'이란 별칭의 배경은 다양한 직선 구간과 코너로 이뤄진 4.8㎞의 일반 트랙과 최고속도 중심의 2.4㎞ 오벌 트랙인 슈퍼 스피드웨이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 있다. 일반 트랙은 포뮬러 1, 모터 GP, 슈퍼 GT, TCR 등의 대형 국제 대회를 열 수 있는 규모다. 슈퍼 스피드웨이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디카 레이스를 진행할 수 있는 경주장으로, 가장 가파른 코너의 뱅크각은 10도에 이른다. 1998년 3월, 일본 첫 인디카 레이스를 연 바 있지만 지금은 대지진 영향으로 균열이 발생하고 방치되면서 대대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사실 두 개의 링을 위해 혼다는 640만㎡에 달하는 면적을 평탄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무, 수계 등 현장에 있던 생태계를 최대한 유지했고, 일부 종은 이식 및 보존을 추진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혼다의 열정과 자연을 향한 자세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는 서킷에 익숙한 운전자들만 환영하지 않는다. 초보 운전자들을 위한 교통교육센터(Traffic Education Center)는 갓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나 평소 운전을 하지 않았던 장롱면허 소지자, 어린이부터 시니어 운전자까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교통안전을 배울 수 있는 참여형 교육 시설이다. 여기에 급제동, 저마찰 코너링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도 갖추고 있어 드라이빙 스쿨 등의 프로그램도 자주 이뤄진다. 혼다 외 토요타 등의 자동차 기업도 직원 교육을 위해 자주 찾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리조트 모빌리티 모테기의 꽃은 단연 혼다 콜렉션 홀이다. 혼다의 75년 역사를 품고 있는 박물관으로, 300여대의 이륜차와 자동차, 엔진, 농업용 기계, 레이싱카를 지상 3층 규모에 분야별로 전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차는 일본 내 다른 기계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당장 시동을 걸어 작동시킬 수 있는 동태보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1층은 '꿈과 도전의 중심지, 혼다'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의 발자취를 따라 회사 초창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스포츠 360과 세계 최초 저공해 엔진인 CVCC 등도 전시돼 있다. 2층에서는 이륜차, 자동차, 범용 제품 등을 전시해 자전거 엔진에서 시작한 혼다 제조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국내에 친숙한 슈퍼 캡, 택트, 시빅, 어코드뿐만 아니라 S2000, NSX 등 고성능 전성기를 장식했던 스포츠카도 생생한 모습으로 서 있다. 3층은 혼다의 모터스포츠 역사를 한 눈에 만날 수 있다. NR, NSR, RC 등의 경주용 모터사이클은 물론, 혼다의 첫 포뮬러 1 머신인 RA271과 쿠퍼 T53, 달라라 혼다 등 다양한 클래스의 레이싱 머신이 즐비한다. 최근엔 모터스포츠 특별전을 운영해 투어링카도 대거 출품했다.
 

 혼다의 역사 관람으로 흥분됐던 마음은 헬로 우즈(Hello Woods)에서 가라앉힐 수 있다. 헬로 우즈는 자연을 벗 삼아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시설로 트윈링 모테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짚라인, 오토캠핑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사계절에 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한다. 산책로는 나무 조각을 깔아 땅이 숨 쉬고 식물이나 곤충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연출했다. 곳곳에는 산짐승들의 흔적이 가득할 정도로 자연친화적이다. 혼다는 리조트를 조성할 때 이 지역의 환경을 60% 이상 보존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모빌리티 리조트 모테기는 혼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안전한 이동, 이동에 대한 즐거움, 자연과의 공존 등의 가치를 대지에서 은은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 사소한 것에도 진심을 담는 브랜드 정체성이 여실히 느껴진다.

 리조트의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혼다가 조성한 대형 시설임에도 '혼다'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조트 입구나 콜렉션 홀의 입면, 어느 곳에서도 혼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기념품조차도 혼다보다는 리조트와 관련된 상품이 주를 이뤘다. 묵묵히 인간의 이동을 이롭게 하려 했던 혼다 소이치로의 철학 역시 곳곳에 스며든 셈이다.

모테기=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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