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팔복예술공장에서 되살아난 여공들의 이야기
[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도시재생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전주 팔복예술공장은, 40여 년 전만 해도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요,
이곳에서 밤낮없이 일했던 스무 살 남짓 여공들, 팔복예술공장의 역사나 다름없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오는 4일 관객과 처음 만납니다.
이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80년대 산업화 흐름 속에 호황을 누렸던 카세트테이프 공장.
스무 살 안팎의 소녀 수 백 명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배우들이 관객들을 데리고 이제는 전시장으로 변한 옛 공장 한가운데에 멈춰 섭니다.
["전주의 자랑스러운 수출 산업 역군, 여성 근로자!, 근로자를 가족처럼, 공장 일을 내 일처럼!"]
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난방도 되지 않아 몹시 추웠던 40여 년 전 그때.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무 살 청춘들은 미래를 노래합니다.
["힘들고 지쳐도 지금은 무너지지 않을래, 언제나 곁에 있어 줘, 햇살이 고개를 들거야~."]
관리자의 폭언과 협박, 다그침은 일상.
["너 자꾸 게으름 피우고 딴 짓 하면 너 때문에 저기 있는 저 쪽창도 막아버리는 수가 있어!"]
가족을 먹여 살리고, 대학에 가겠다는 의지로 버티던 시간.
밤낮없이 돌아가던 공장은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며 스무 살 청춘들의 인생도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팔복예술공장에 절절히 깃든 이야기를 오롯이 풀어낸 연극, '엄마의 카세트테이프'.
관객도 직접 연극에 참여해 몰입감을 더합니다.
[진민경/관람객 :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배우분이 어머니한테 이제 수화로 얘기하는 부분에서 가장 많이 울컥하고."]
전주문화재단이 자체 창작한 공연으로, 오는 4일 초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공연을 10차례까지 늘려 본격적으로 관객과 만날 계획입니다.
[김주희/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여기이기 때문에 더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카세트테이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여공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게 되었어요."]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어우러지며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누리는 장소로,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팔복예술공장.
40여 년 전, 이 공간에서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꿈을 노래했던 스무 살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를 찾아 이번 주말,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VJ이현권/종합편집:최승리/문자그래픽:최희태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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