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아는 동네도 다시 보자…어른들도 궁금한 요즘 '힙당동'
'무녀촌''싸전거리' 등 역사문화 자원 활용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유준하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중구 신당역 부근 한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각종 부적에 석상, 금줄까지 마치 '점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주점 '주신당'이다.
대표 메뉴 '십이지신 칵테일'은 자기 띠에 맞는 술을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색다른 분위기다','개성이 넘친다' 등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엔 한 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겨우 입장이 가능하다.
친구들과 놀러 왔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허모(27) 씨는 "비밀 아지트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 탁자 위 벨을 흔들어 주문하는 등 모든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주신당과 인근 카페 '메일룸 신당'을 총괄하고 있는 장지호 티디티디 대표는 "조선시대 무녀들이 모여 살았다는 점에 착안해 고양이신과 십이지신, 즉 '귀신들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를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대구 2호점에 이어 'K-칵테일바'로 해외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신당역 일대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힙당동'이 불리며 새로운 명소로 뜨고 있다. 1970∼1980년대 '즉석 떡볶이의 메카'였지만,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하던 신당동이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이 가진 얘깃거리에 현대 감성을 불어넣은 '신구의 조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애초 주방 기구 판매점 자리였던 주신당은 '신을 모시는 동네'라는 로컬의 역사 문화 자원과 연계해 성공한 사례다.
베이커리 카페 '심세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959년 생긴 9m 높이의 미곡 창고 동광상회를 리모델링했다. 1960년대까지 서울시민이 소비하는 쌀의 70% 이상을 유통했을 만큼 번성했던 '싸전 거리'의 옛 정취를 엿볼 수 있다.
심세정 서동석 대표는 "윗세대의 주식이었던 쌀 시장에서 아래 세대 주식이 된 빵을 만들어낸다는 '시대적 변화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근처 카페 '더피터커피' 역시 예전 싸전 거리에서 썼음 직한 소품들을 구석구석 배치해 사랑받고 있다.
과거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혔던 신당동 터줏대감 신중앙시장은 '다양성'을 주 무기로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여러 국적의 음식을 파는 식당을 비롯해 먹거리,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어맥(어묵+맥주)의 성지 '이포어묵', 반건조 생선구이 전문 '옥경이네 건생선' 등은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며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장보는 곳'에서 '즐기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는 전 세계 전통시장의 트렌드와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전통의 강자' 떡볶이 골목도 '닭발'과 같은 사이드 메뉴가 주목받으며 활기를 되찾았다.
항공정비사 송용준(28) 씨는 "빌딩 숲 한가운데 있는 데다 이미 상권 형성이 끝난 을지로와 달리 낮은 건물들 사이에서 '응답하라 1988' 같은 분위기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28) 씨는 "맛집에 술집, 카페까지 다 모여있어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을 보기 전후 하루를 보내기에 딱 좋을 것 같아 여기서 약속을 잡았다"고 전했다.
신당동을 걸어서 한 바퀴 둘러보는 투어 상품을 기획한 트래블레이블 김혜정 씨는 "현재 '힙당동'을 만드는 콘텐츠는 신당동이 원래 갖고 있던 스토리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봄 진행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전회 매진될 만큼 반응이 뜨거웠는데, 신청자 대부분은 신당동에 추억과 향수가 있는 중장년층이었다. 바로 '대체 요즘 애들이 왜 신당동을 다시 찾는지 궁금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또한 이 같은 신당동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브랜드 반스와 손잡고 지난달 20∼21일 신당역 유휴공간에서 '반스 스테이션 신당' 행사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지하철 10호선 계획과 함께 환승 통로로 이용하려고 비워둔 장소에서 참가자들은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스케이터들의 퍼포먼스를 즐겼다. 시는 이곳을 장기적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과 함께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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