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끼어든 중국…美 겨냥해 “양심있다면 비극 안 돼”

진영태 기자(zin@mk.co.kr),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1. 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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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2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막는다
미 블링컨, 이-요르단 등 2차 중동行
하마스 축출후 새 통치방안 구상 초점
중동 이어 아시아 순방계획, 中 견제
中, 유엔 회복과 중동지역 패권 회복
중동지역 반미 정서 고조됨을 이용해
왕이 외교부장 전면에 중동리더십 강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지상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하마스 축출이후 가자지구 통치방안을 놓고 패권전쟁에 나서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의 통치는 불가능하다는 암묵적 합의 아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추가분쟁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나서 제2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의 리더십을 발휘애 중동 패권국을 노리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2일부터 10일까지 이스라엘, 요르단, 튀르키예, 일본, 한국, 인도를 방문한다고 1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지난 12일에 이어 3주만에 다시 중동을 방문하는 것은 자국민 보호 및 인도주의 지원 확대 등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더 큰 이유는 이번 전쟁이 끝난 뒤 현재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의 통치 방안(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매슈 밀러 대변인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중동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 지속가능한 중동 평화를 위한 조건을 논의할 것이며, 여기에는 팔레스타인 국가건설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전쟁 이후) 가장 합리적인 해법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통치와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다른 방법으로는 여러 다른 국가가 참여하는 임시협정을 체결하고 국제지구가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집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런 생각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지상전 승리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경우 이슬람권이 모두 반미로 돌아서는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라도 제대로된 지배구조를 만들지 못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선례와 같이 수십조원을 퍼붓고도 다시 탈레반 세력에 지역을 빼앗기는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은 지역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가 미국과 소원한 관계가 되면서 이란, 튀르키예,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 친중국가들의 결집이 강화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하며 친미성향에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 요르단, 카타르, 오만, 이라크 등에 불과하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전통 우방국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브릭스(BRICS)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면서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중동 순방에 이어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로 소홀했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점검하면서 중국 견제에도 나설 방침이다. 예컨대 중국과 국경분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인도에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합류해 미·인도 ‘외교·국방장관 2+2회담’까지 개최할 계획이다.

반면 중국은 유엔을 통한 중동문제에 해결에 적극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유엔이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지 못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나서 유엔의 회복과 함께 중동지역 패권까지 한꺼번에 노려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1일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가자지구 정세가 날로 악화하고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양심있고 책임있는 국가라면 비극이 계속되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왕 부장은 중국이 이달 안보리 의장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두 국가 해법’을 위한 보다 권위있고 규모가 큰 실효성있는 국제평화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아랍 국가들 사이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의 영향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왕 부장은 “모든 당사자, 특히 아랍국가들과 조율을 강화하고 정의를 주장하며 합의를 모으겠다”며 “정세 완화, 민간인 보호, 인도주의 위기 완화, 평화 프로세스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쟁 26일 만인 1일부터 시작된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한 외국인과 중상자들의 대피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오후까지 최소 335명의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76명의 가자지구 중환자가 이집트로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2주에 걸쳐 가자지구에서 외국인 7500명가량이 이집트로 대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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