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간 분쟁을 국제중재재판소로 끌고가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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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간 분쟁을 굳이 국제중재재판소로 끌고가는 대기업의 의도가 뭐겠어요. 중소기업은 부족한 해외 대응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파괴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삼영검사엔지니어링 역시 국내 대기업인 B사로부터 LNG선 수리검사 용역을 위탁받아 카타르 현지업무를 진행하던 중 화물창 손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사고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중재재판소에 15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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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대응인력·비용부담에 중소기업은 결국 굴복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국내 기업 간 분쟁을 굳이 국제중재재판소로 끌고가는 대기업의 의도가 뭐겠어요. 중소기업은 부족한 해외 대응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3일 국내 대기업인 A중공업과 국제분쟁 소송을 진행 중인 발전설비 제작업체 에너지엔㈜의 박춘배 대표 하소연이다.
에너지엔과 A중공업의 국제분쟁 소송 발단은 에너지엔이 A사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슈퀘이크 화력발전소에 설치할 열교환기 총 44기를 2014년 주문 받아 납품한 제품 가운데 운전 중 4개 열교환기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다.
A사의 원인 분석 요청에 에너지엔은 해당 급수 가열기 관련 자료 등을 신속하게 제공해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했다.
하지만 A사는 2021년 2월 계약서 일반조항의 '잠재적 하자'를 들어 급수가열기의 용접 부위의 균열이 계약상 원고가 책임지기로 한 잠재적 하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고 납품한 44기 전체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1850만 달러 청구금액으로 2021년 8월 영국 런던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박춘배 대표는 "일반계약 약관의 잠재적 하자 조항을 내세우며 무기한의 하자보증을 요구, 계약금(243억원)과 같은 배상액을 요구하고 있어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대기업의 갑질행위"라고 반박했다.
비파괴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삼영검사엔지니어링 역시 국내 대기업인 B사로부터 LNG선 수리검사 용역을 위탁받아 카타르 현지업무를 진행하던 중 화물창 손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사고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중재재판소에 15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국제 거래 시 분쟁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국제중재 제도를 대기업이 국내 규제를 피해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중재란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국제 상거래의 계약 당사자가 분쟁 해결을 위해 중립적 중재인을 선정해 판정 받는 절차를 말한다.
국내 기업 간 분쟁이라도 외국 중재재판소를 통해 중재할 수 있지만 대응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중소기업에서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같은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게 중소업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중소 하청업체와 분쟁을 할 때 외국 중재재판소를 통하도록 하면 중소 하청업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중재를 악용하는 문제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10월2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금과 언어 사용 등에서 현저히 열등한 중소기업을 압박해 사지로 몰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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