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소, ‘인삼의 고장’ 금산을 춤추게 할까

송인걸 2023. 11.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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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머시기, 석탄 때는 발전소하고는 다르다고 그르자뉴.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만드니께 오염도 읎고 깨끗하다고. 농사 피해? 너무 크게 안 지으면 걱정할 거 없대유."

평생 농사를 지어왔다는 김씨는 굵게 주름 팬 두 손으로 "양수발전소 유치! 금산군민 춤추게 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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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민들이 지난 1일 금산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에서 ‘금산군이 최적지’라고 외치고 있다. 송인걸 기자

“그 머시기, 석탄 때는 발전소하고는 다르다고 그르자뉴.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만드니께 오염도 읎고 깨끗하다고. 농사 피해? 너무 크게 안 지으면 걱정할 거 없대유.”

지난 1일 오후 충남 금산군 금산종합체육관에서 만난 김정숙(90)씨가 말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왔다는 김씨는 굵게 주름 팬 두 손으로 “양수발전소 유치! 금산군민 춤추게 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펼쳐 보였다. 옆에 있던 임종석 부리면 방우리 이장이 “전북 무주군 적상산에 양수발전소가 있어 다 몇번씩 구경했으니 군민들이 아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인삼의 고장’ 금산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자연환경 훼손과 잦은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 때문에 기피시설 취급을 받아온 양수발전소가 유치 경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1일 금산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 유치 촉구 금산군민 결의대회에는 주민 1천여명이 모였다. 박상헌 금산군 사회단체연합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충남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집중돼 대기오염이 심각합니다. 보상과 안배가 필요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충남 금산에 양수발전소를 건설해야 합니다.” 군민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연호했다. “양수발전소 지지한다.” “양수발전소 금산 유치.”

금산군이 유치하려는 양수발전소는 부리면 방우리 갈선산 일대가 후보지다. 유치가 확정되면 1조5천억원을 들여 상·하부 댐, 수로 터널, 지하발전소, 옥외변전소 시설을 갖춘 500㎿급 발전소를 짓게 된다. 저수 용량은 상부 댐 878만톤, 하부 댐 887만톤 규모이며 7년 동안 건설해 50년간 운영한다. 이 사업은 정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공모 절차를 진행했는데, 금산과 경북 영양·봉화, 경남 합천, 전남 구례·곡성이 경쟁하고 있다. 금산군은 사업 대상지에 수몰 가구가 없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 없으며 인근에 금강과 송전선로가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홍보한다.

금산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매달리는 것은 지역의 주력 산업이었던 인삼 재배업의 쇠퇴로 지역 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산군 인구는 2013년 5만5441명에서 지난해 말 5만92명으로 9.7%가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지난해 인삼 생산량은 전국 1만4734㏊, 2만2020톤인데 충남은 2295㏊, 4030톤에 불과하다. 박범인 금산군수는 “양수발전소를 유치하면 일자리와 인구 증가는 물론 50년간 지원금 493억원과 지방세 350억원을 받는다. 특히 상·하부 댐은 수려한 금강과 연계해 관광자원화할 수 있어 방문객 증가를 계기로 인삼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수발전 사업자인 한국남동발전도 양수발전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이란 점, 발전소가 들어서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라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하고 지역 기업도 우대한다는 사실을 줄곧 강조해왔다.

충남 금산군민들이 지난 1일 금산종합체육관에서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한 금산군민이 지난 1일 충남 금산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에서 ‘양수발전소 금산이 좋다’라고 쓴 손펼침막을 흔들고 있다. 송인걸 기자

아직까지 눈에 띄는 반대 움직임도 없다. 양수발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필수 발전시설로, 에너지저장장치를 확대해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라며 “다만 미래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탈석탄을 하려면 에너지 수요 조절 방안과 전원 구성 비율, 백업 전원 수단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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