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기 직전 17억 보험 든 남편…결국 12억 보험금 받는다

여수 금오도 아내 추락사
‘증거 부족’ 원심 판결 이어
대법원 ‘보험금 지급’ 확정

여수 금오도.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자동차 추락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여수 금오도 사건’의 남편 A씨가 12억원의 보험금을 받게됐다. 살인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영향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남편 A씨가 보험사 2곳과 신용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들이 A씨에게 12억원을 줘야 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원심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또는 판례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정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아내를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아내와 선착장에서 머물던 A씨는 후진하다가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혼자 운전석에서 내렸다. A씨는 차량 변속기를 중립(N)에 위치한 상태로 하차했고 경사로에 있던 차량은 아내를 태운 상태로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검찰은 A씨가 일부러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사고 직전 아내 명의로 수령금 17억원 상당의 보험이 다수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에는 보험금 수익자 명의가 A씨로 변경된 점 등을 봤을때 전형적인 ‘보험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난간을 들이받아 당황한 상태에서 실수로 하차했다고 맞섰다.

형사 사건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이 판결은 2020년 9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살인 혐의를 벗자 두달 뒤 보험사들을 상대로 12억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금 소송에서도 형사 재판과 마찬가지로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고의로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민사재판은 통상 형사재판과는 달리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며 A씨의 고의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고의 살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며 12억원의 보험금을 보험사들이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