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삼성 > 소니, 현대 > 도요타, 서울은? 도쿄 넘을까
1360만 경기도 효율적 도정 한계 이탈
도쿄, 주변市 흡수해 1400만 인구 유지
지방은 혁명적 인센티브, 서울은 '국대'
글로벌 경제경쟁은 메가시티간 대항전
김포가 쏘아올린 '메가시티 서울론'이 여론을 달구고 있다. 서울이 더 커져야 한다는 주장은 지역균형발전론에 막혀 그동안 입도 벙긋하기 힘들었다. 이미 충분히 큰데 더 커야 한다고? 수도권집중화가 고질이 된 만큼이나 균형발전 도그마도 완고했다. 서울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하면 역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서울 확대론이 나왔으니 민주당의 말마따나 뜬금없다.
하지만 서울은 커져야 한다.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은 부풀어 오른 계란찜 형국이다. 에너지는 축적되는데 출로를 찾지 못하니 터질 날만 기다린다. 참지 못한 주민들이 서울을 탈출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서울인구는 100만 명 이상 줄어들어 현재 940여만 명밖에 안 된다. 서울의 경계를 확장하면 에너지가 소화되고 주변도 그 빛을 본다. 김포시가 서울 편입을 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도쿄를 보면 서울도 보인다
서울의 오늘을 알아보기 위해 종종 가까운 도쿄와 비교한다. 한국인들은 무얼 해도 일본과 비교하길 좋아하는데, 서울과 도쿄가 그렇다. 인구와 면적상으로 도쿄는 서울보다 훨씬 많고 넓다. 현재 서울 인구는 940만명, 도쿄는 1400만명이다. 면적은 서울이 605㎢, 도쿄는 2193㎢다. 인구는 1.6배 많고, 면적은 3.6배 크다. 다만 서울은 25개 구로 이뤄진 단층적 행정구역인데 반해, 도쿄는 23개구로 구성된 특별시지역과 26시(市) 2정(町) 1촌(村),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태평양 도서를 포괄해 도쿄도(東京都)라는 중층적 행정구역으로 돼 있다.
도쿄의 특별시지역만 보면 인구가 970만명, 면적은 628㎢로 서울과 비슷하다. 보통 도쿄라고 하면 이 지역을 일컫는다. 그래서 특별시지역만 놓고 비교하며 서울과 도쿄는 비슷한 인구와 면적을 가졌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행정과 경제활동이 도쿄도 범위에서 돌아가므로 서울과 도쿄를 비교할 때는 도쿄도와 비교해야 하는 것이 정확하다. 메트로폴리탄 개념으로 비교하면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우리의 수도권 인구는 2650만명, 도쿄도 주변 5개현을 합치면 도쿄권은 3700만명이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보다 2.5배가량 많은 점을 고려해도 서울이 사이즈에서 도쿄에 크게 밀린다. 이 격차가 세계 도시 순위와 경쟁력의 차이로 나타난다. 월드뱅크의 세계 주요도시 지역내총생산(GRDP) 순위에서 도쿄도는 뉴욕과 런던, 파리를 능가하며 단연 1위다. 이 부분에서 서울은 6위나 7위에 랭크돼 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AT커니가 코로나19 이후 도시경쟁력 회복도를 측정한 결과, 도쿄는 뉴욕 런런 파리에 이어 4위였고 서울은 17위에 그쳤다. 2016년 이후 서울은 11위에서 연속 하락했지만 도쿄는 4위를 지키고 있다.
◇도시경쟁력에서 규모의 중요성
도시가 형성된 데는 경제적 요인이 절대적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 흩어져 사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경제로 작동한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이 낮아지는 데까지 누릴 수 있다. 집적이익은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 활동이 다양해지고 생산제품의 수요도 증가하므로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10만명, 100만명, 1000만명 또는 그 이상의 인구 규모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의 수준도 달라진다. 비용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지역연고의 다양한 스포츠팀을 갖기에는 100만명의 도시에서는 힘들다.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종목마다 스포츠팀이 활동할 여건이 된다. 지하철 환상선 등 광대역 교통 인프라도 메가시티라면 투자결정과 설계, 운영에서도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은 돼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인구가 얼마가 돼야 적정하냐는 것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학적으로는 그 도시의 인구가 한 사람 늘 때마다 사회적 한계편익과 사회적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수준까지가 적정 인구규모일 것이다. 사실, 국토의 11.8%의 수도권에 전 인구의 50.6%가 모여 산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과밀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지난 40여 년간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오죽했으면 '행정수도'를 만들어 중앙부처 대부분을 세종시로 옮겼겠는가. 그것도 실패했지만 말이다. 여전히 수도권 집중화는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2일 한국은행이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것처럼 지방 몇 개의 거점도시에 산업과 인프라를 몰아주는 전략이 현재로선 가장 주효해 보인다. 일테면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기존 광역지자체를 주변지역을 더 흡수해 규모를 키우고 대대적인 투자유인책을 써서 인구 이탈을 막고 인구가 유입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은의 제안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달리 묘수도 없다. 따라서 더 강한 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의료·문화 영역 등에서 혁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다만, 수도권의 돌을 빼서 지방을 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제로섬 게임은 모두 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은 지방대로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서울의 수축, 경기도의 비대화가 문제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들여다보면 2010년대 들어 서울 집중이 아니라 경기도의 비대화가 문제라는 게 드러난다. 경기도는 인구가 1360만명에 달하고 서울과 인천이 경기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아 행정 비용 발생도 무시 못 한다. 경기도의 규모는 효과적인 도정의 한계를 넘었다. 그래서 김동연 경기도 지사도 경기도를 남북으로 분구하자며 지난달 경기북도 특별자치도 분도를 정부에 제안한 것일 게다.
그런 차에 김포시의 서울 편입 주장이 불쑥 튀어나왔고, 김포 뿐 아니라 서울과 접경한 다른 지자체들도 편입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이들 지자체들은 서울의 한 구나 마찬가지로 생활권은 완전히 서울에 속해 있다. 인프라도 서울과 한 덩어리다. 현 행정구역은 지도상의 선일뿐 실생활 기반은 서울이어서 실생활과 행정구역 간 불일치로 겪는 불편이 적지 않다.
물론 지자체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규정할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하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들이 있는 지자체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 주변 도시들의 서울 편입으로 '메가서울'을 만들자는 방안이 자칫 정쟁거리가 돼 삼천포로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러면 김포의 서울 편입은 좌절되고 주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서울 편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광명이나 구리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 문제는 주민들의 편의와 국가성장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문제는 그동안 실생활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내재됐던 불편과 불만이 표면화된 것일 뿐이다. 서울을 확대하면 인프라 건설의 효율성과 부동산 여건 확대로 초기 편입 도시의 집값 상승이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이 늘어 안정화될 것이다. 서울 입장에서도 대규모 택지확보로 기존 서울 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외부효과(Externalities)도 기대할 수 있다. 행정·주택·복지·교통·환경·문화 정책이 업그레이드 되면 범죄가 줄고 사회적 스트레스, 감염병 유행 가능성도 줄어든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부 예상되지만, 비대한 경기도의 짐을 서울이 떠안으면서 경기도도 운신의 폭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이는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부의 집적효과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국외적으로는 인구, 경제규모 면에서 선진 경쟁국 메가시티에 비해 뒤처지는 서울을 다시 부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서울과 접경한 지자체들은 모두 12개 도시다. 그 중 양주시는 북한산 산악으로 서울과 확연히 구분돼 제외하고 11개 지자체가 서울로 편입하는 '그레이터 서울'을 상정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서울의 면적과 인구는 각각 현재보다 3.5배, 1.6배 확대돼 2113㎢, 1530만명에 달한다. 메가 서울은 도쿄, 뉴욕, 런던 같은 글로벌 선도도시들과 경쟁해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를 끌어와야 한다. 지금은 국가간 경쟁이 그 국가를 대표하는 메가시티간 경쟁이 되고 있다. 한·일·중의 경쟁은 서울·도쿄·베이징 간 경쟁으로 대체된다. 그에 대비하려면 현재의 서울 규모로는 안 된다. 서울은 경기도 및 인천과 더불어 10년 내 2700만, 해외인재까지 빨아들여 장기적으로 3000만 메갈로폴리스의 위용을 갖추어야 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주장으로 제기된 서울 확대 구상이 이번에 반드시 실현돼 삼성이 소니를 넘었고 미래차에서 현대가 토요타를 넘은 것처럼, 서울이 도쿄를 넘어서길 기대한다.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11·체르노빌 내다본 `예언가`의 `푸틴` 내년 운명 예측은?
- 20대 편의점 알바女 무자비하게 맞았다…이유는 "머리가 짧아서"
- 일본 날씨도 `미쳤다`…도쿄 `11월의 여름날`, 전날 26.3도까지 올라
- "인요한에 `당신민족 언어` 쓴 이준석, 혐오발언 유엔 제소감" 3지대 신당서도 비판
- 병원치료중 도주 피의자에 현상금 500만원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