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 ‘코로나 청구서’ 6조원…불황 속 원금상환 ‘이중고’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전환해주던 ‘소상공인 대환대출’ 안내문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폭 확대된 정부의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금에 대한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정책자금 원금 상환 및 상환 예정 금액’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원금 상환 예정 금액은 4조257억원으로 전망됐다.

2025년 원금 상환 예정 금액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1조4000억원)의 원금 상환액과 비교하면 2.9배에 달한다. 실제 원금 상환액은 2019년 1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9962억원, 2021년 2조612억원으로 커진 데 이어 지난해 3조691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조6843억원으로 줄었다가 내년 3조3105억원으로 다시 늘고 2025년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수치는 3분기 누적 실적과 4분기 예상치를 더한 것이고 내년부터는 전망치다.

올해 일시적으로 상환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100만원, 150만원 등 소액 긴급대출을 중도 상환한 경우가 많았고 폐업 소상공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정책자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원금 상환액은 지난해 3조883억원에서 올해 3조433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이어 내년 3조9697억원으로 증가하고 2025년 4조3579억원으로 꼭짓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원금 상환에 문제가 없겠지만 당분간 경기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과 인건비도 인상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유가도 올랐다.

양 의원은 “코로나19 청구서가 몰고 온 후폭풍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줄파산·줄폐업 공포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국내 경제 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인 위기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경우 내년 예산을 3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000억원 늘렸고, 지역신보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도 있다”며 “민간 시중은행 금리가 높은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정책자금을 늘려 조금이라도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