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이 뭉쳤다”… 대북제재 깬 푸틴·김정은 ‘위험한 거래’ 실체는 [박수찬의 軍]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고립된 두 외톨이가 세계를 향해 ‘불장난’을 시작했다.
두 정상은 지난 9월 러북 정상회담에서 군사 분야를 포함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했다.
북한의 무기 판매는 한반도에서 수천㎞ 떨어진 유럽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는 두 외톨이의 위험한 불장난이 가져올 후폭풍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50년 6·25전쟁을 앞두고 전차와 전투기 등을 지원했던 국가,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국가 중 하나로 자신들의 원조가 필수였던 나라. 그런 후진국 북한에 강대국 러시아가 손을 벌리는 것은 그만큼 푸틴의 처지가 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속전속결에 실패한 러시아는 포탄 수만발을 퍼부으며 우크라이나군을 제압, 동부 전선에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포탄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생산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화력의 밀도가 떨어졌다.
전쟁 초기 러시아 군은 하루 5∼6만 발의 포탄을 쐈지만, 북한에서 지원받기 전에는 5000∼1만 발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탄 재고를 채우는 것이 급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155㎜ 포탄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세계 곳곳에 있는 러시아산 122·152㎜ 포탄 재고를 긁어모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규격이 같다. 따라서 상호호환성이 매우 높은 ‘즉시 전력감’이 많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해 수십년간 군수산업을 육성한 것도 러시아에 도움이 된다. 북한은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1994~1997) 시기에도 군수공업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는 군수산업 현대화를 강조하며 투자를 지속했다.
이를 통해 대북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많은 포탄과 군수품을 만들 기반을 마련했고, 상당한 양을 비축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 포탄을 대량 지원하고도 전투준비태세에 큰 지장이 없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추산해보니 (전투 준비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8월에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현대화와 생산능력 확대를 강조했다.
이때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가 넘어가는 징후가 본격적으로 포착되기 시작한 시기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정황은 지난해 중순부터 식별됐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직전인 8월부터 러북 간 해상을 이용한 무기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정황이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9월 주1회 북러 간 선박 운항 정황이 나타났다면 지난달 이후로는 3∼4일 간격으로 서너 척이 오간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는 2000여 개로 추산된다. 122㎜ 방사포탄이라면 20만 발 이상, 152㎜ 포탄이라면 100만 발 이상”이라며 “소총탄이 실렸다면 컨테이너 1개에만 40만 발 이상 담긴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컨테이너는 나진항, 평양 인근, 평라선(평양-나선) 철도 조차장 등 북한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러시아가 먼저 북한에 컨테이너를 보냈고, 북한이 이를 전국으로 재분배해 군수품을 실은 뒤 러시아로 반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에서 러시아 컨테이너가 내륙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은 포탄 등 군수품 생산 및 저장시설 위치와 무관치 않다. 북한은 자강도와 평양 등에 군수공장 18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에 실린 포탄은 나진항으로 운송, 선박을 통해 러시아 연해주로 넘어간 뒤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으로 옮겨진다.
트랜스컨테이너 측은 홈페이지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 중국에서 독일까지 대륙간 컨테이너 운송이 가능하며, 강과 바다로 컨테이너를 나를 수 있다”고 소개한다. 러북 무기거래에서 트랜스컨테이너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렇게 넘어간 북한산 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ZDF 방송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포병대는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하루 2만∼3만 발의 포탄을 쏘고 있다.
북한산 포탄의 품질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우호국이 압류해 제공한 북한산 122㎜ 로켓탄을 사용했던 우크라이나군은 불발율이 높아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명중률이 낮거나 성능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에 인도된 규모가 매우 커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질적 열세를 양적 우위로 만회하면 러시아군의 화력은 강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평야지대에서 교전중이다. 장애물이 거의 없는 평원에서는 먼 거리에서 적군을 타격하는 포병 전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격이 진행되면 적 보병은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산 포탄을 얻은 러시아군은 포격을 강화, 영토를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앤츠 키비젤그 에스토니아 방위군(EDF) 군사정보 최고책임자(대령)는 "북한에서의 공급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간 지속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기공급의 대가로 경제적 이익 등을 추구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 측에 노동자 추가 파견을 요청한 징후들이 있다”며 “겨울을 나기 위해 식량과 유류 등을 우선 지원받고 향후 군사기술 이전 등을 추가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대가가 북한 경제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 군수공업은 민간공업과 분리되어 있다. 노동자 추가 파견을 통해 얻는 외화는 노동당 금고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포탄을 보충할 물량을 생산하고자 군수공장 가동에 필요한 자재를 대가로 받는다면, 민간공업에 미칠 영향은 더욱 줄어든다.
군수품을 대량생산하려면 스테인레스강, 아세톤, 기계용 윤활유, 공작기계 등에 쓰이는 부품, 화학제조원료 등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이같은 재료와 부품을 100% 자체 조달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전까진 수입에 의존했다.
이같은 점으로 볼 때, 북한은 러시아가 보낸 컨테이너를 통해 재료와 부품을 들여온 뒤 사전 비축분에서 기존 포탄과 군수품을 빼내 컨테이너에 담아서 러시아로 반출하고, 이후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재료와 부품으로 포탄과 군수품을 신규 생산할 수 있다. 재고 처리 및 무기 신규 생산을 통한 전력 효율화 달성이 가능하다.
북한이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과 우주발사체 개선도 거론된다.
북한은 당초 10월에 3차 발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무기거래의 대가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문제점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러시아에서 (위성 기술) 자문을 받고 있다. 북한이 엔진시험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2차 발사 이후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0년대부터 우주발사체를 개발·운용한 러시아의 경험이 접목되면, 북한의 위성 발사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핵심기술 이전은 예민한 문제이므로 엔지니어들을 파견, 북한의 개발 계획과 문제점에 대한 자문을 하는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방식은 전례가 있다. 1970년대 프랑스는 미사일에 다수의 핵탄두를 장착하는 MIRV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았다.
프랑스 과학자가 미국 과학자에게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을 설명하면, 미국 과학자는 적절성 여부만 답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으로선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고도 프랑스의 핵개발을 도운 셈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시행착오를 대폭 줄였고, 1985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MIRV를 탑재했다.
현재 러시아는 자국군이 확보한 서방 무기를 하마스, 이란 등에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최근 성명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노획한 서방 무기를 하마스 무장세력에게 넘겨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신용을 떨어뜨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러시아로부터 재블린 미사일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란은 최근 미국산 스위치 블레이드 300 자폭드론과 비슷하게 생긴 시나(SINA) 자폭드론을 선보였다. 이란이 러시아에서 스위치 블레이드를 넘겨받아 역설계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이란처럼 러시아가 지닌 서방 무기를 역설계해서 신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년 뒤에 북한이 신형 대전차미사일이나 드론을 개발, 실전배치할 위험이 있다.
이는 한국군에 또다른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거래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