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멍든 연예계, 허구의 ‘하이쿠키’ ‘강남순’이 주는 경각심 [이슈와치]

하지원 2023. 11.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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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선균 (뉴스엔DB), U+모바일tv ‘하이쿠키’ 포스터, JTBC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왼쪽부터 이선균 지드래곤 (뉴스엔DB)
왼쪽부터 U+모바일tv ‘하이쿠키’ 포스터, JTBC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뉴스엔 하지원 기자]

배우 이선균과 빅뱅 지드래곤(권지용)에 대한 마약 혐의 수사로 연일 떠들썩하다.

올해 초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게 돼 출연 예정이던 작품에서 하차하는 등 업계에 큰 피해와 충격을 안겼던바. 유아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터진 이선균, 지드래곤 마약 스캔들은 연예계를 또 발칵 뒤집었다.

# 톱배우 이선균 마약 파문, 업계 피해 심각

이선균은 올 초부터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에서 근무한 여성 종업원 A씨의 자택에서 수차례 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선균은 영화 '행복의 나라'와 '탈출 :PROJECT SILENCE'가 촬영을 일찌감치 완료했다.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로 그가 주연으로 참여한 출연작들은 언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선균은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도 하차했다. '노 웨이 아웃'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선균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직후 상황이 정리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하차 뜻을 내비쳤다. 관계자는 "제작사는 매니지먼트와 합의 하에 배우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마약 의혹에 광고계도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선균 전혜진 부부를 모델로 기용했던 한 통신사는 지난달 20일 해당 광고를 내렸으며, 영양제 브랜드도 모델 이선균 얼굴을 지웠다.

봉준호 감독 특별 상영에서는 '기생충'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했다. 롯데시네마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작 '설국열차'(2013) 개봉 10주년을 맞아, 10월 18일부터 오는 11월 14일까지 '설국열차'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과 '기생충'을 특별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이선균 논란으로 '기생충' 상영을 중단했다.

수사를 통해 이선균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칠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계자들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선균은 11월 4일 피의자 신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선균 측은 지난 28일 인천논현경찰서에 진행된 첫 번째 조사에서 간이 시약 검사를 받고 "진술 관련해서는 정식 조사가 예정돼 있어서 추후 다 진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드래곤은 지난달 2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광고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자사의 공식 채널에서 지드래곤이 모델로 등장한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명품 브랜드 샤넬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없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드래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마약 투약 사실이 없다며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에 선임계와 함께 자진 출석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드래곤은 오는 11월 6일 자진 출석해 첫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지드래곤을 상대로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해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 애꿎은 피해자 발생

이선균, 지드래곤의 마약 혐의가 연달아 불거진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졌다. 메이저 걸그룹 멤버 중 한 명이 마약 혐의를 받고 있다는 지라시가 유포된 것.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 가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르세라핌 멤버 김채원은 독감 후유증으로 휴식 중인 상황에서 루머의 희생양이 됐다. 이에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김채원 관련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채원은 독감 후유증으로 컨디션 회복 중이며 11월 1일 스케줄에 복귀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선주 역시 마약 사건에 연루된 여가수로 지목당했고, 소속사는 "박선주에 대한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부인하며 루머를 일축했다.

(여자)아이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도 마약 스캔들에 멤버 전소연이 언급되자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루머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아이즈원 출신으로 활동 중인 배우 A씨가 마약 게이트에 연루돼 경찰이 내사 중이라는 루머가 퍼지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측은 "내사나 수사 중인 사실이 없다"고 명확히 했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마약 사건과 관련,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른 연예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정례 간담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받는 연예인이 더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 때아닌 마약스캔들, 때마침 '하이쿠키', '힘쎈여자 강남순'

마약 스캔들로 연예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공교롭게도 마약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방영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한 U+모바일tv 오리지널 '하이쿠키'는 한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 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쿠키가 만든 늪 안에서 각자의 욕망에 휩싸여 발버둥치는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하이쿠키'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 열연 호평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이쿠키'에서는 '마약'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쿠키를 먹은 학생들이 환상을 보고, 기괴하게 웃고,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변화를 보여 마약을 연상케 한다.

주연 배우 김무열은 '하이쿠키'가 마약에 집중이 되어있다기보다 신비의 쿠키를 이용해 입시에서 살아남아 보려는 학생들의 욕망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때아닌 마약 스캔들이 터진 가운데, 시청자들은 '하이쿠키'에서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 보다, 마약을 먹은 인간이 중독에 빠져 방황하고 있는 모습에 더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

'하이쿠키'가 8회까지 공개된 가운데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민엽 감독은 '하이쿠키'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고 한다. 송 감독은 "요즘처럼 이슈가 많을 때는 아니었다. 하다 보니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된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하이쿠키는 '꿈을 이뤄주는 쿠키'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생각한다. 리얼하게 말하면 약물 같은 게 있겠지만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는 정도다. 딥한 부분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마약에 대한 환상을 야기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하이쿠키'가 마약이 얼마나 위험하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지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부분에 일조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극 중 신종 합성 마약과의 전쟁 선포에 이어 현실에서도 그 위험성을 알리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힘쎈여자 강남순' 측은 지난달 20일 마약 검사 포스터를 배포했다. 해당 포스터는 경찰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이 주관하는 ‘노 엑시트(NO EXIT)’ 마약 범죄 예방 캠페인 일환으로, 마약 투여 및 중독의 심각성을 알려 마약 범죄를 예방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힘쎈여자 강남순'이 다루는 마약과의 '맞짱극'은 유쾌해 보이면서도, 그 이면에는 마약이 일상 저변으로 스며든 뼈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씁쓸함을 안긴다.

뉴스엔 하지원 oni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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