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수수료 개편’ 카드 꺼낸 카카오모빌리티… 승객 불만 해소·경쟁 구조 개선은 어떻게
카카오T 블루 호출료·감사 팁 도입 등으로 승객 부담 커져
”후발주자들 수익 창출 위해 가맹 서비스 확대 필요”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수수료를 전면 개편하겠다면서 택시 단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앱 시장에서 95%의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와 금융감독원 감리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고 지적하자, 사업구조 자체를 손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尹 “경쟁자 없애고 독점된 다음 가격 올려”… 택시기사들 콜 잡기 위해 유료 서비스 가입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기사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주요 택시단체 등과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수렴된 기사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러면서 “최근 외부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며 내부적으로도 사업모델 혁신을 위한 고민을 거듭해왔다”며 “최근 제기된 여러 우려에 대해 당사는 그동안 해온 사업에 대해 업계 및 국민들의 목소리와 질책을 전달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번 간담회를 통해 택시기사님들, 승객, 정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두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편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보냈다. 금감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액 약 3000억원을 부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리에 나선 상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약탈적 가격으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이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했다.
카카오는 택시업계를 혁신하겠다며 지난 2015년 택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택시의 등장 이후 국내 택시 시장은 ‘호출 중심’으로 바뀌었다. 카카오는 처음엔 손님과 기사 모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카카오T’의 누적가입자 수가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인 2700만명을 넘어섰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택시 호출 앱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2019년 92.99%, 2020년 94.23%, 2021년 94.46%로 거의 독점 상태다. 시장 장악에 성공한 카카오는 조금씩 유료화에 나섰다. 2019년 카카오는 매출의 20%를 떼가는 가맹 택시 사업인 ‘카카오T 블루’를 시작했고, 이듬해 3월에는 월 9만9000원짜리 ‘프로 멤버십’을 추가로 내놨다. 두 서비스의 골자는 ‘손님의 택시 호출을 우선적·독점적으로 해준다’는 것이었다.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노출하며, 손님을 골라 태우는 ‘승차 거부’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콜(승객 호출) 하나에 그날의 수입이 달라지는 택시기사들 입장에선 남보다 먼저 콜을 잡으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납금에 카카오콜 수수료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프로 멤버십에 가입한 기사는 실시간 콜이 많은 지역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목적지 방향의 고객 호출을 먼저 받아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콜 몰아주기’ 논란도 제기됐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했다는 혐의로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카카오가 승객과 더 가까운 거리에 다른 택시가 있는데도 가맹 택시에 우선 배차를 해주거나, 가맹 택시에 유리한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카카오는 ‘콜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콜이 많이 간다’며 배차 알고리즘을 공개하기도 했다.
◇ 승객들은 호출료·팁으로 부담 커져… 후발주자들, 독점 시장서 못 버텨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수수료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승객들의 부담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가 이미 각종 호출료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택시요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LPG 가격 상승과 택시기사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택시요금을 인상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0.4㎞ 줄였다. 여기에 ‘지금 호출하면 바로 배차된다’는 카카오T 블루를 이용하기 위해선 30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지난 7월부턴 카카오가 승차 거부 없이 운영되는 카카오T 블루에 ‘감사 팁’ 기능을 시범 도입하면서 승객 부담은 더 켜졌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 택시에 승객 콜을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며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진입 제한 또는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택시 호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택시 호출 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가맹 택시 기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콜을 배차하면 택시기사들은 어쩔수 없이 카카오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후발주자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가맹 서비스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서비스 확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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