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시 갉아먹는 불법·편법, 엄단 넘어 막아 낼 시스템 갖춰야

권오은 기자 2023. 11. 3.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10월 코스피지수 120월선이 깨졌다.

월봉 기준 10년 이동평균선을 뜻하는 120월선은 주식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증시가 부진할 때마다 마녀로 지목되는 배경은 불법 공매도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서다.

금융당국의 '불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약속을 기억해 두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코스피지수 120월선이 깨졌다. 월봉 기준 10년 이동평균선을 뜻하는 120월선은 주식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견고했다.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120월선을 밑돈 사례는 지난달을 포함해 7차례뿐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이 불거졌을 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을 때 등 대형 악재가 나와야 120월선이 무너졌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120월선 붕괴가 갈수록 잦아진다는 점이 걱정이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사태, 2022년 미국 금리 인상 쇼크, 그리고 올해까지. 연례행사 수준이다. 상상도 못 한 돌발 변수들이 터져 나왔던 탓도 있지만, 한국 주식 시장의 기초 체력이 허약해진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불법과 편법이 시장을 갉아먹어 왔다. 올해만 해도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부터 5월 ‘5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풍제지 사태’까지 주가 조작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고,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악재가 터져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에 대주주는 ‘우연히’ 지분을 매도하고 소액주주만 물리는 상황이 빈발했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업이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주식가치 희석에 따른 부담은 주주가 져야 했다.

그런 주주에게 돌아오는 대접은 박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상장사의 주주환원율은 일본 닛케이225 상장 기업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장(한국 주식 시장)은 노름판”이라고 푸념하는 요인들이다.

정치권으로 번진 ‘공매도 전면 금지 논란’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자 대부분이 공매도가 악재를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게 하고, 거래회전율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증시가 부진할 때마다 마녀로 지목되는 배경은 불법 공매도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서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장기간 해왔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면서 근거 없는 의심도 아니게 됐다.

금융당국은 시세 조종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와 불법 공매도를 엄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6일부터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운영, 글로벌 IB와 공매도 주문 수탁 증권사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더는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환영할 일이다.

시장에선 앞서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글로벌 IB 두 곳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금융당국의 엄중 조치가 빈말이 아닌지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본다.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과징금 부과 금액을 공매도 주문 금액을 고려해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IB 두 곳의 무차입 공매도 규모는 약 560억원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시스템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불공정 거래를 조기에 적발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DB)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도입이나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상환기간 제한 강화 등의 조처도 고민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불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약속을 기억해 두겠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