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와 달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정조준한 금감원... 회계법인도 칼날 닿나
그간 당사자성에 따라 판단해왔는데 새 문제 대두
판단 지표는 계약간 상호의존성…어디까지 인정되나
카카오모빌리티의 3000억원 규모 회계 조작(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매출 인식 방식이다. 회사가 매출액을 산출할 때 총액으로 할지, 아니면 순액(총액-비용 등)으로 할지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에 ‘총액·순액 회계 처리’는 2년 전 금융감독원이 중점 회계 이슈로 지목한 사안 중 하나다. 수년간 문제가 됐던 만큼 업계에선 이와 관련해 매출 처리 방식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 카카오모빌리티가 ‘총액·순액 회계 처리’에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다. 계약 간에 상호의존도가 높을 때 순액으로 매출을 계상해야 하는데, 이 상호의존도에 대한 기준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금감원에 반발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이 날 경우 이 회사를 감사한 국내 대형 회계법인도 금융당국의 칼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혁신 사업하겠다던 카카오모빌리티, 회계도 혁신?
한 회사의 매출총이익을 산출할 때 총액법이든 순액법이든 같은 값이 나오지만, 매출은 아니다. 가령 물건 A를 중개해 파는 회사 B가 있고, B회사가 A를 70원에 매입하면서 시장엔 100원에 팔아 30원을 챙긴다고 하자. 총액법에서 B회사의 매출은 100원이지만, 순액법으론 30원(100-70원)이다. 매출총이익은 30원으로 같다. 매출을 부풀리고 싶은 회사로선 총액법으로 매출을 계상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기준서를 내놨다. 기준은 당사자성이다. 회사가 판매 계약 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재고재산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을 부담한다면 이는 거래 당사자로, 총액을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
이와 달리 제3의 공급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위탁받거나 중개용역만을 제공했다면 이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거래 대리인이 된다. 따라서 물건을 중개해 파는 B 회사는 공급자에게 지급한 금액을 차감한 잔액, 즉 순액을 매출로 봐야 한다.
이처럼 그간 총액과 순액을 가르는 주요 판단 지표는 당사자 혹은 대리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카카오모빌리티로 촉발된 총액·순액 회계 처리 이슈는 계약 간의 상호의존도가 그 판단 지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금은 운수회사→케이엠솔루션(카카모빌리티 자회사)→카카오모빌리티→운수회사로 순환된다.
운수회사는 케이엠솔루션과 가맹 계약을 맺고 운임의 20%를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한다. 이 자금은 카카오모빌리티로 건너가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회사에 광고 노출과 데이터 제공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다. 이 비용은 건수당 350원과 거리 수당 등의 합인데, 통상 운임의 16~17% 수준이다. 즉 운수회사 입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의 20%를 내고 16~17%를 돌려받는 것이다.
◇ 두 계약 사실상 동시에 맺는데…수행은 분리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케이엠솔루션)를 거쳐 운수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매출로, 운수회사에 건낸 돈을 비용으로 잡았다. 두 계약을 달리 회계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두 계약은 사실상 같은 계약으로 합쳐서 회계 처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1115호 문단 29의 (3)에 따르면 “기업이 각 재화나 용역을 별개로 이전해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없”으면 두 약속은 “서로 유의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 약속들을 “별도로 식별해 낼 수 없”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것은 이 지점이다. 위 기준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적용하면 운임의 20%인 로열티와 16~17%인 광고 노출·데이터 제공에 따른 비용을 별도로 이행, 즉 운수회사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가맹 계약을 맺지 않고도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광고 노출·데이터 제공에 따른 수입만 챙기기 위해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 제휴 계약만을 맺은 운수회사는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을 맺은 운수회사에 한해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을 기회를 부여한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을 맺더라도 업무 제휴 계약은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명을 내놨다. 업무 제휴 계약을 맺으면 택시를 운행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임의 16~17%를 돌려받기에, 이를 맺지 않은 운수회사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인 셈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각 계약의 수행이 구분된다고 했다. 이들은 “가맹 회원사(운수회사)가 두 계약을 모두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각 계약은 나머지 하나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수행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맹금을 수취하지 못해 미회수 채권이 발생해도 광고 활동 및 데이터 제공에 대한 비용을 계약서 내의 지급 기일 내에 정상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를 감리 중인데 혐의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외부감사인, 즉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도 금감원의 징계를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인식은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부터 문제가 됐는데, 이를 세밀히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금감원이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수회사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의 20%를 지불하고 운임의 16~17%를 돌려받는다는 건 당시 외부에 공개된 구조였다.
다만 회계법인이 받을 징계는 무겁지 않을 전망이다.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통상 감사보수의 100~15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 관련 과징금은 40억1000만원으로, 1년 평균 8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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