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빼는 지하철에…"지금도 앉기 힘든데" 노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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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디스크 환자는 앉지 않으면 지하철을 못 타요. 입석칸이 생기다 입석열차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4호선과 7호선 일부 열차에 입석칸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일 오전 7호선 온수역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의 말이다.
4호선과 7호선 열차 각 1대당 2칸의 일반석 의자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4호선의 최고 혼잡도인 193.4%는 지하철 한 칸에 300여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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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디스크 환자는 앉지 않으면 지하철을 못 타요. 입석칸이 생기다 입석열차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4호선과 7호선 일부 열차에 입석칸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일 오전 7호선 온수역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의 말이다.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그는 "건국대병원을 다녀 온수역에서부터 7호선을 타고 자주 왔다갔다 한다"며 "지금도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몇대를 그냥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스크 환자는 좌석 없으면 지하철 못타는데 나같은 노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대체로 입석칸 도입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특히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내린 이동석씨(72)는 "매일 수락산역에서 건대입구역까지 출퇴근한다"며 "다리가 아파서 짧은 거리를 이동해도 힘들다. 나같은 노인들 뿐만 아니고 아이들도 손잡이 잡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경기 안산의 한대앞역까지 4호선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지성씨(24)는 "(공사의) 취지는 알겠지만 1차원적 대응"이라며 "좌석이 없어진 칸에는 승객이 안 탈 것 같고 오히려 다른 칸에 몰리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30대 중반의 회사원 B씨(여성)는 "의정부에서부터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건대 입구로 출근한다"며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 좌석이 없으면 힘들다. 서 있는 것도 힘들고 중심 잡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B씨는 왼쪽발목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있었다.
50대 회사원 C씨(여성)도 "노원역에서 건대입구까지 매일 출근하는데 좌석 없앤다고 사람이 얼마나 더 탈 수 있냐"며 "좌석 없다고 밀집도가 얼마나 해소되겠냐"고 되물었다.
입석칸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0대 여성 직장인 박모씨는 "출근길에 바쁜데 탈 자리가 없어 지하철을 여러대 보낼 때가 있다"며 "증차가 어렵다면 출퇴근시간대에라도 한 번에 탈 수 있원을 늘리는 대책을 고민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30대 한모씨도 "어차피 지하철 타도 앉을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며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에는 혼잡도가 낮아 쾌적한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공사는 내년 1월 중 입석칸을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4호선과 7호선 열차 각 1대당 2칸의 일반석 의자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4호선과 7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는 지난 3분기 기준 각각 193.4%, 164.2%였다. 혼잡도는 승차 정원(160명) 대비 실제 승차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4호선의 최고 혼잡도인 193.4%는 지하철 한 칸에 300여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는 1호선(108.2%), 6호선(111.6%), 5호선(130.9%), 8호선(140%), 3호선(144.2%), 2호선(148.6%) 등이다. 4호선과 7호선을 제외하곤 최고 혼잡도가 150%를 넘지 않는다.
열차 1칸 당 좌석은 42개다. 좌석을 모두 없애면 12.6㎡(3.8평)의 공간이 생기는데, 4평(13.22㎡) 크기 원룸 보다 좁은 공간이다. 공사는 좌석을 모두 없애면 최고 혼잡도가 4호선은 153.4%, 7호선은 130.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시범 사업 시행 후 효과성이 입증되면 추후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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