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만 답은 아니다? ‘돈, 잘쓰면 된다’ 증명한 텍사스, ML 흐름 바꿀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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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텍사스가 창단 첫 우승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의 흐름이 바뀔까.

텍사스 레인저스는 11월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2023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2023시즌의 최종 승자가 됐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창단 63년만에 감격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텍사스의 우승은 단연 '투자'로 이뤄낸 성과였다. 텍사스가 최근 1-2년 동안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코리 시거를 비롯해 리드오프 마커스 세미엔, 중심 타선에서 활약한 미치 가버, 가을 무대를 이끈 원투펀치 네이선 이볼디와 조던 몽고메리, 셋업맨 아롤디스 채프먼 등은 모두 텍사스가 외부 영입으로 품은 선수들이었다. 이들의 맹활약에 아돌리스 가르시아, 조시 영, 에반 카터 등 기존 멤버와 유망주들의 활약이 더해지며 텍사스는 아름다운 가을 질주를 펼칠 수 있었다.

텍사스는 최근 메이저리그 흐름과 다른 방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메이저리그는 '육성에 성공한 팀이 정상에 오르는' 흐름을 맞이했다. 구단이 공들여 육성한 선수들이 전력의 중심을 이루고 부족한 일부만을 외부 영입으로 채우는 형태였다.

2010년대 초반 3번이나 트로피를 들어올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물론 캔자스시티 로열스(2015), 시카고 컵스(2016), 휴스턴 애스트로스(2017), 워싱턴 내셔널스(2019)가 그랬고 심지어 LA 다저스(2020),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021)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해 왕조'를 이끈 버스터 포지, 매디슨 범가너, 파블로 산도발, 브랜든 크로포드, 브랜든 벨트 등은 모두 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었다.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풀 수 있었던 것도 앤서니 리조, 크리스 브라이언트, 카일 슈와버, 윌슨 콘트레라스 등의 탄탄한 기존 전력에 존 레스터와 벤 조브리스트를 더해 방점을 찍은 결과였다.

휴스턴 왕조의 주역도 카를로스 코레아, 조지 스프링어, 호세 알투베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이었고 워싱턴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렌던, 후안 소토, 라이언 짐머맨 등이 팀을 이끌었다. 확실한 '육성 기조'를 유지한 다저스는 물론이고 애틀랜타도 프레디 프리먼, 아지 알비스, 오스틴 라일리, 맥스 프리드 등이 전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올해 텍사스는 달랐다. 핵심 전력의 대부분이 최근 1-2년 사이에 외부 영입으로 합류한 선수들이었다. 위에 언급한 시거, 세미엔, 이볼디, 몽고메리, 가버, 채프먼 뿐 아니라 로비 그로스먼, 앤드류 히니, 맥스 슈어저, 오스틴 헤지스, 트래비스 얀코스키, 존 그레이, 윌 스미스, 크리스 스트래턴 등 사실상 월드시리즈 로스터 절반 이상이 텍사스 유니폼을 최근에 입은 선수들이다.

물론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100% 모든 것을 책임진 것은 아니다. 가르시아와 영, 카터, 호세 르클럭, 조나 하임, 데인 더닝 등 텍사스가 육성한 선수들도 없어선 안될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외부 영입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런 엄청난 결과는 낼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가 '육성'으로 돌아선 것은 시장에 쏟아부은 돈이 팀 성적으로 확실하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며 구단들이 점점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육성에 성공한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사례가 계속 쌓였고 구단들은 점점 더 시장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하지만 텍사스는 올해 우승으로 '돈을 제대로 쓰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심지어 텍사스가 올시즌 선수단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팀인 것도 아니었다. 텍사스는 빅마켓 구단이지만 텍사스만큼 선수단에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은 충분히 존재한다. 텍사스의 성과를 본 구단들이 육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선수 영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적극적이고 적확한 투자를 단행한 텍사스는 창단 63년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과연 텍사스의 우승이 향후 메이저리그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텍사스 레인저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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