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만 트인 가자 탈출 길…떠나는 이도, 남는 이도 눈물

외국인·중상자만 받은 이집트
곳곳서 생이별…월경 포기도

가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거주해온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처음으로 개방된 이집트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떠나는 이도, 남는 이도 울었다.

전쟁 발발 25일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탈출로’가 1일(현지시간) 처음 열렸지만 통과가 허락된 사람은 일부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극소수 중상자뿐이었다. 외국 여권이 없는 가족을 남겨두고 생이별을 하거나, 가족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탈출을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이도 있었다.

이날 라파검문소에는 외국 여권을 소지한 주민 수백명이 몰려들었지만 카타르의 중재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가 합의한 출국 명단에 이름이 없는 이들은 다시 국경에서 발이 묶였다. 가자지구 내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이 두절돼 각국 대사관과의 연락마저 끊기며 혼란이 빚어졌다.

주민 나디아 살라(53)는 라파검문소에서 30년 전 불가리아에서 낳은 첫째 딸 라마 엘딘을 눈물로 배웅했다. 첫째 딸은 불가리아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가족들은 가자지구에 남아야 했다. 살라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안전을 위해 딸이라도 떠나야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호주 이중국적자로 1년 전 고향인 가자지구로 돌아온 압달라 다할란(76)은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인 아내와 함께 대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탈출을 포기했다. 그는 “아내가 명단에 없어 항의도 하고 간청도 해봤지만 국경 관리들은 안 된다고 했다”면서 “아내를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호단체 활동가 일부도 이날 가자지구를 빠져나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구호활동을 해온 소속 의료진 22명 전원이 이집트로 안전하게 입국했다고 밝혔다.

외국 여권이 없는 팔레스타인인 중에서도 중상으로 치료가 시급한 환자 81명도 국경을 넘었다.

이집트 정부 발표와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이집트로 빠져나간 사람은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구호요원 등 361명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일에는 한국인 일가족 5명을 포함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600여명이 이집트로 피신했다. 이집트 외교부는 2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내 60개국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약 7000명의 대피를 돕겠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