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편지, 그리고 WS 우승' 텍사스, 오타니 마음 격하게 흔들었다...FA 시장 개막

노재형 2023. 11. 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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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마침내 FA 자격을 공식 획득했다. 오타니의 시간이 온 것이다. USATODAY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의 선택 기준 1번은 우승 전력이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너하임에서 잘 되길 바란다."

2017년 12월 9일(이하 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 존 다니엘스 단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성명의 내용 중 일부다. 누구에게 행운을 빈다는 것이었을까.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텍사스는 당시 포스팅 절차에 따라 팀을 고르고 있던 오타니가 뽑은 최종 7개 구단 중 하나였다. 오타니는 다니엘스 단장이 구단의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기 직전 LA 에인절스와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그 '슬픈' 소식을 접한 다니엘스 단장이 성명에서 "우리는 오타니의 선택을 받지 못해 매우 아쉽다. 그러나 애너하임에서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wish him the best in Anaheim). 그는 필드 안팎에서 우리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계약 전)그가 우리의 의견을 물었다면, 우리는 내셔널리그(NL)를 추천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NL 추천'은 같은 AL 서부지구 라이벌인 에인절스를 선택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최종 후보로 올린 7개 구단은 에인절스와 텍사스,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였다. 7팀 중 6팀이 서부지구 팀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타니는 일본서 가까운 서부지역 팀들을 선호했는데, 에인절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투타 겸업 기회를 최대한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선발등판은 1주일에 한 번씩 한다는 것이 오타니의 요구사항이었다. 이러한 요구를 에인절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텍사스 레�竝� 코리 시거가 2일(한국시각)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텍사스는 지난 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61년 창단 이후 62년 만에 정상에 오른 텍사스 크리스 영 단장은 "앞으로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월드시리즈가 종료와 함께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이 공식 개막됐다. 이제는 'FA 시즌'이다. 아니 '오타니의 시간'이다. 메이저리그 FA 일정은 이렇다.

원소속팀은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소속 FA들과 먼저 협상을 갖는다. 이 기간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협상이 결렬되면 원소속팀은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한다. 보통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정상급 FA가 대상이다. QO를 제시받은 FA가 팀을 옮기면 원소속팀은 드래프트 지명권 등의 보상을 받는다. 이번 오프시즌 QO는 2030만달러다. 사상 처음으로 2000만달러를 넘어섰다.

QO를 제안받은 FA는 15일 오전 6시까지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락하면 내년 1년 동안 2030만달러를 받고 잔류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원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들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이 일정에 따르면 오타니는 에인절스로부터 QO를 제시받겠지만,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으니 15일 '완전한 자유'의 신분으로 시장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는 올해 300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브루스 보치 감독에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오타니 쟁탈전에 참가할 팀들은 어디일까.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지난달 27일 칼럼에서 오타니와 계약할 수 있는 팀을 확률에 따라 텍사스, 샌프란시스코, 다저스,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에인절스, 컵스,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시애틀 순으로 꼽았다.

공교롭게도 6년 전 오타니가 택한 최종 후보 7팀이 헤이먼의 예상 행선지에도 모두 포함됐다. 텍사스와 샌프란시스코, 다저스가 똑같이 1대6의 확률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이 3팀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는 것은 명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2017년 12월 오타니 영입에 공을 들인 전력이 있다. 공식적으로 '아쉽다'는 뜻을 전한 구단은 당시 텍사스 뿐이었다. 이는 오타니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에인절스에 6년간 건강히 잘 지내다 FA가 되면 정성껏 대접할테니 우리에게 오라"는 메시지라고 봐야 한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지난달 12일(한국시각) 애리조나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소개 때 주먹을 맞대고 등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신임 감독이 지난달 26일(한국시각)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타니 사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 다저스다. 다저스는 오타니 스카우트를 그 동안 두 번 시도했다. 한 번은 고교시절이고, 또 한 번은 2017년 12월 포스팅 공시됐을 때다. 특히 오타니가 이와테현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에 재학 중일 때는 계약 단계까지 갈 뻔했다고 한다. 다저스가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조용했던 건 오타니 영입을 위해 자금을 비축하기 위해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겨울 애런 저지와 카를로스 코레아를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거물급 FA를 영입할 예정인데, 타깃이 오타니다. 밥 멜빈 신임 감독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오타니 협상에 개입하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오타니의 FA 계약 규모는 최소 5억달러, 최대 6억달러 이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타니의 마음이다. 그의 선택 기준 1번은 '우승 전력'이다. 지난 7월 올스타전에 참가해 "매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지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라고 했었다.

6년 전 오타니에게 '편지'를 남긴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최근 2년 간 FA 시장에서 8억4785만달러(약 1조1357억원)를 쓴 게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입 경쟁에 나설 구단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오타니의 마음을 흔들었을 지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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