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지 않고도 삼킨다···300종 골라 먹는 日 시니어 간호식
단순 섭취 넘어서 식욕까지 고려
점도·경도 따라 간호식 기준 다양
※편집자 주 -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기까지 3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25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출산과 결합된 빠른 고령화, 이에 따른 저성장 우려 등 두 나라의 고령화 양상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시니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관련 산업과 시장까지 육성해왔습니다. 게다가 시니어들의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제품과 서비스도 풍성합니다. 라이프점프는 이같은 일본의 성공 사례와 시행착오를 현지 취재,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합니다.
“어느 쪽이 간호식이죠?”
마루하 니치로의 회의실에 준비된 시니어 간호식을 보자마자 라이프점프 취재진이 던진 질문이다. 비교 시식용으로 놓인 일반 고등어 필레와 간호식 고등어 필레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연화 고등어 필레는 젓가락이 닿는 순간 부드럽게 잘려 입안에서 사르르 흩어진다. 어떻게 외형은 그대로 두고 속살만 부드럽게 만들었는지 묻자 “고기 조직을 끊는 가공법으로 부드러운 속살을 구현할 수 있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간호식 역시 먹음직스러운 외양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지난달 12일 취재진이 방문한 일본 도쿄 도요스의 마루하 니치로는 130년 전통의 식품 기업이다. 주된 사업 영역은 냉동 수산물이지만 지난 2000년 뼈 없는 생선을 개발해 병원에 납품한 것을 계기로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간호식 개발을 시작, 현재 '메디케어 식품'이라는 브랜드로 일본 간호식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19%)을 차지하고 있다. 아베 유스케 메디케어·컨트랙트 상품개발과장은 “간호를 받는 시니어의 상당수가 씹고 넘기는 힘이 부족하다”며 “이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 기력이 쇠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하기 쉬운데, 메디케어 식품은 씹고 넘기기 편한 제형의 간호식으로 균형잡힌 영양 공급과 안전한 음식 섭취를 돕는다”고도 덧붙였다. 메디케어 식품의 브랜드 슬로건은 '음식의 배리어 프리(사회적 약자를 위한 장벽 해소)'다.
메디케어식품이 판매 중인 간호식은 비프 스튜, 햄버그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팥 만쥬 등을 포함해 현재 300종 이상이다. 시니어들이 식사에서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 본식뿐만 아니라 반찬, 디저트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대부분은 소고기나 계란, 팥 등 원재료를 갈아 블록 형태로 가공한 제품들이지만 시니어들의 미식에 대한 욕구를 고려해 스테이크·만쥬·고등어·파인애플 모양 등 최대한 원형을 닮도록 만든 제품군도 있다. 아베 과장은 “기존 간호식의 가장 큰 문제는 부드럽게만 만드느라 음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 식욕이 돌지 않으면 그만큼 덜 먹게 돼 영양상태가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메뉴라도 다시 경도에 따라 나뉜다.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디케어 식품의 경우 ‘유니버셜 디자인 푸드’의 기준에 따라 간호식의 점도·경도를 4단계로 나누어 표시한다. 1단계는 간호식을 치아로 쉽게 씹을 수 있는 경도, 4단계는 전혀 씹지 않아도 될 만큼 부드러운 경도다. 씹고 삼키는 힘이 약한 환자들이 먹는 간호식의 특성을 고려해 제형을 규격화한 것이다. 일본은 유니버셜 디자인 푸드 외에도 '연하식 피라미드', ‘구로다 루미코식 고령자 소프트식’ 등 다양한 간호식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한국보다 20년 앞서 고령화를 겪은 나라다운 일면이다.
일본 고령자 식품 시장의 규모는 2021년 1277억 엔(약 1조 1600억 원)에 달했고 2026년 151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과장은 “현재 일본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고령인구는 2043년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관련 시장도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간호식 등 개별 제품군에 관한 통계조차 없지만, 시니어들의 의식주와 취향까지 겨냥한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시장은 2015년 39조 원 규모였지만 2020년 72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난 데 이어 2030년에는 168조 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도쿄=박지현 기자
박지현 기자 claris@decenter.kr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70대 설계사, 80대 용접공…끝없는 日 시니어 커리어
- 계단 대신 경사로…공장도 '시니어 친화형' 변신
- 65세까지 근무는 당연, 7080 현역도 흔해…일본의 '계속고용 30년 大計'
- '60세 이상만 고용' 20년…구인난·지역소멸·노인빈곤 세 토끼 잡은 日
- AI가 전기사용량 체크 '돌연사' 방지…노인 맞춤기술로 판 키워
- '연결감'이 수명 늘린다…日 시니어 취미클럽 36만명 '북적'
- “이럴 거면 브래지어 왜 하나”…킴 카다시안 출시한 '속옷' 논란
- 파리 '19금쇼' 출연 어땠길래…블랙핑크 리사 '中 SNS' 계정 폐쇄됐다
- 가세연 '이선균 간 업소 아가씨들 다 ○○여대생'…대학 측 '법적 대응'
- “인기많은 이 순살고등어 꼭 반품하세요”…먹으면 구토·설사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