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기반 미래식품은 안전하다? 필요할수록 더 검증하라 [책&생각]
고기 맛 나는 채식버거 공장 직접 관찰
낙관·비관 아닌 객관적 서술 돋보여
음식의 미래
제로 슈거,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 닭 없는 닭고기, 배양육… 입맛과 건강, 지구를 구할 현대의 연금술은 가능할까?
라리사 짐버로프 글, 제효영 옮김 l 갈라파고스 l 1만8500원
빙하기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인류를 태우고 자급자족하면서 대륙을 달리는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본 관객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꼬리칸 거주자들에게 배급되는 단백질 블록의 정체를 본 순간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수만마리의 바퀴벌레들이 커다란 기계 속에서 갈려 정체가 사라지고 양갱 모양으로 만들어져 ‘단백질 블록’이 되는 순간 말이다.
‘설국열차’의 ‘바퀴벌레 양갱’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 인류는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들을 동원해 미래의 음식을 발명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음식·기술 전문기자로서 첨단식품기술 분야를 폭넓게 취재해온 라리사 짐버로프가 쓴 ‘음식의 미래’다.
이 책은 산업형 축산의 폐해를 극복하고 기후위기라는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여러 형태의 새로운 음식들을 소개한다. ‘친환경’ ‘동물 복지’ ‘비건’ ‘식물 기반’ 등을 표방하며 미국의 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는 고기 대체 식품부터 곰팡이로 만드는 단백질이나 소 없이 만드는 우유, 닭 없이 만드는 달걀, 착즙주스 찌꺼기로 만든 과자,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 등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다양한 ‘실험실 식품’까지 다룬다. 콩고기나 두부면, 비건빵 정도를 비건 식품으로 알고 있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광활한 대체 식품 세계에 눈이 저절로 커질 것이다.
도대체 닭 없는 달걀을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합성생물학 기술로 달걀흰자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 ‘클라라푸드’ 관계자들을 만난다. 책에 따르면, 클라라푸드는 닭이 낳은 달걀 안에 있는 들어 있는 40종의 단백질 가운데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단백질을 선별한다. 그리고 단백질을 만들어낼 공장으로 활용할 적절한 효모를 물색한 뒤, 효모에 당과 물이 주성분인 영양소를 공급하고 우려내면 최종 산물인 단백질이 나온다. 효모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우려낸 액체를 여과해 농축된 단백질을 얻는다. 액체 단백질을 분무 건조해서 분말 형태로 만들고, 분말을 여러 형태로 제품화한다. 클라라푸드의 공동 창립자인 아르투로 엘리존도는 달걀 단백질을 농장에서 얻지 말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적다. 탄소 발자국도 덜 발생시키므로 지속가능한 기술이며 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엘리존도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첨단 식품산업 종사자들은 기존 식품산업 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들이 개발하는 식품들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 세계 경작지의 80% 이상이 가축을 기르는 데 쓰이는 ‘사료 작물’의 농지이고, 지구상에 사는 동물의 90% 이상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며,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위기를 촉발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이들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를 하면서도, 이들이 만드는 대체 식품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낙관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거부하지도 않는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인 저자는 자신이 먹는 모든 식품을 분자 단위로 이해하고 식품 라벨에 적힌 영양 성분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먹거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는 저자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당위 외에도 우리 몸으로 들어갈 그 음식이 과연 안전하고 건강에 무해한지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미래 식품’들을 진단한다. 건강에 유해한지 무해한지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밝혀낼 수 있다. 지구에도 건강에도 더 유익하다고 광고하는 ‘채식 버거’는 유해성이 의심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채식 버거 안에 들어가는 패티는 맛과 식감, 피가 흘러나오는 모습까지 진짜 고기와 비슷하다. 저자는 채식 버거를 파는 대표 기업인 ‘임파서블푸드’의 제조 시설에 들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패티가 만들어지는지 살핀다. 하얀 실험복과 플라스틱 보안경을 착용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간 그는 대두 단백과 코코넛, 해바라기유, 아연 등의 재료들을 막대가 휘젓고 있는 것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고약한 냄새에 코를 찡그렸다고 전한다. 그 냄새의 정체가 뭔지 관계자에게 물어보지만 업체 관계자는 독점적 정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는다. 그의 취재에 따르면, 그 냄새의 정체는 유전자변형 철이 포함된 단백질 ‘헴’(heme)이었다. 헴은 동물에게서 얻는 단백질의 핵심으로 동물의 피와 같은 붉은색이다. 이 헴은 아미노산과 당류, 지방산에 스파크를 일으켜 먹었을 때 미각이 고기라고 느끼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임파서블푸드는 이 헴 성분을 대두식물의 뿌리혹에서 발견되는 레그헤모글로빈에서 추출하는데, 유전자 변형 효모를 활용해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대량 생산한다고 한다. 저자는 의사에게 채식 버거에 든 헴도 심장질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냐고 묻지만, 의사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아무리 식물 기반이고 그것이 지구를 위한다고 해도 음식이 가공되는 과정 등에서 ‘실험실 음식’은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대체 식품이 더 개발돼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적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지구를 위한 음식이다’ ‘식물 기반이라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기업들의 광고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로 전락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나은 미래 식품은 식품 기업들에 성분이나 제조 공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식품을 선택할 때도 식품 라벨의 영양 정보를 열심히 읽고, 어떻게 만들어진 식품인지 알아보고, 늘 건강을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존재해야 만들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여성 이주노동자 목 졸라…법무부 과잉 단속, 국외 여론 악화 [영상]
- 1시간에 아이 5명이 목숨을 잃는 이곳
- 필리버스터 할듯 ‘연막’치다 전격 철회…국힘, 계획된 작전?
- 구속영장 4전4패…피의자들도 공수처는 안 무서워한다
- 조국 “내 치욕은 윤석열의 영광이었다…민주·민생 회복해야”
- 전청조 “피해자들에 죄송합니다”…28억 사기 혐의 구속 송치
- 이재명 “정유사·은행 사상 최고 수익…횡재세 도입해야”
- 서울 체감온도 ‘-1.9도’…주말은 오늘보다 더 춥다
- 노동·방송계 숙원 들어준 민주, 총선 지지 호소 명분 챙겼다
- 차값이 내린다, 중고 전기차값은 더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