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만 있다면, 모든 곳이 신나는 ‘구덩이’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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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관 뒤편에 모두가 '구덩이'라고 부르는 움푹 파인 곳이 있다.
구덩이 안에는 잡초와 나무뿌리, 바위로 가득하다.
책은 구덩이라는 공간을 두고 180도 다른 시각을 보이는 어른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놀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생각게 한다.
구덩이 안에서 노는 것은 금지라고 했으니 구덩이 밖 둘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며 즐겁게 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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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위험하다고 걱정만
구덩이 출입을 막고, 메워 버려도
아이들 마음은 꺾을 수 없어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금, 이유진 옮김 l 문학동네 l 1만5000원
학교 체육관 뒤편에 모두가 ‘구덩이’라고 부르는 움푹 파인 곳이 있다. 구덩이 안에는 잡초와 나무뿌리, 바위로 가득하다. 어른들에게 구덩이는 그저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곳은 예사 공간이 아니다.
책은 구덩이라는 공간을 두고 180도 다른 시각을 보이는 어른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놀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생각게 한다. 구덩이는 책 속 화자인 ‘나’와 아이들에게 무슨 놀이든지 할 수 있는 환상적인 놀이터다. 구덩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는 아이들에게 엄마 곰도 되고, 오두막도 되고, 가게도 된다. 그루터기에서 뻗어 나온 한 뿌리줄기는 아이들이 하도 잡고 올라가서 문손잡이처럼 반들반들하고 매끄럽다.
그러나 선생님 같은 어른들에게 구덩이는 위험한 공간으로만 보인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하는 어른들의 표정은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과 뚜렷이 대비될 정도로 어둡다. “축구를 하거나 그네를 타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니?” 결국 어른들은 가장 쉬운 선택을 한다. “이제부터 구덩이 안에서 노는 것 금지!”
하지만 놀이를 향한 아이들의 열망을 쉽게 꺾을 수 없다. 구덩이 안에서 노는 것은 금지라고 했으니 구덩이 밖 둘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며 즐겁게 놀면 된다. 어른들의 다음 선택은 예상할 수 있다. 구덩이를 메워 평평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어깨에서 상상력의 날개가 또다시 활짝 펼쳐진다. 평평한 땅은 다시 ‘구덩이’가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계속 걱정할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덩이에서 놀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점점 자라날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평범한 공간을 특별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상상력의 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한다.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이탈리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안데르센상,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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