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미래를 그리워하자

관리자 2023. 11.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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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시장통에서 시 한편을 주운 적이 있다.

시공간을 미래로 확장시키는 그리움이 있다.

진정한 그리움의 시제(時制)는 과거가 아니고 미래다.

너와 내가 다시 만나 서로 세상 전부가 되는 그날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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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시장통에서 시 한편을 주운 적이 있다. 하얀색 입간판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상 앞에서 너는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너는 세상 전부가 될 수 있다.”

바로 옮겨 적었다. 그리고 며칠 중얼거리다가 ‘어떤 경우’라는 시를 썼다. 저 문장을 조금 다듬고 뒤에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다음부터 김광섭의 시 ‘저녁에’가 다르게 보였다. 수많은 별 중에서 ‘나’를 바라보는 별과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바라보는 별. 이 일대일의 각별한 만남이 ‘나’를 나이게 하고 서로를 서로이게 한다. ‘나’와 별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거듭나는 것이다.

그런데 2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별이 연인이라면 그대와 ‘나’ 두 유정(有情)의 만남은 우여곡절을 피할 수 없다. 그대는 빛나고 ‘나’는 어둡다. 동등하지 않다. 둘은 수직적이고 대칭적이되 수평적이지 않다.

깊어 가는 밤, 둘은 동 시간대에 있지만 서로 대비되는 상태로 헤어진다. 별은 아침이 밝아오자 사라지고 ‘나’ 또한 아침과 더불어 별로부터 멀어진다. 밤의 끝에서 이별이다.

하지만 영영 끝이 아니다. 우리에겐 그리움이 있다. 시공간을 미래로 확장시키는 그리움이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반어법이다. 장탄식이나 회한이 아니다.

진정한 그리움의 시제(時制)는 과거가 아니고 미래다. 어둠이 깊어지면 나는 그리움에서 길을 찾는다. 다가올 날을 상상한다. 너와 내가 다시 만나 서로 세상 전부가 되는 그날을 꿈꾸는 것이다. 그렇다. 그리워하는 만큼,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그날은 가까워진다.

이문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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