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본질 흐려진 ‘농협법 개정안’ 논의와 농촌 현실

관리자 2023.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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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고 약 6개월 동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과연 연임제 문제가 모처럼 농협다운 농협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계류시킬 만한 사안일까? 지체되는 '농협법' 개정으로 농업지원사업비 시행일이 또 해를 넘기거나, 자칫 개정안 자체가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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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고 약 6개월 동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언론에서 거론되는 ‘농협법 개정안’의 뜨거운 감자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개정안에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한도 상향으로 대표되는 개혁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과연 연임제 문제가 모처럼 농협다운 농협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계류시킬 만한 사안일까? 지체되는 ‘농협법’ 개정으로 농업지원사업비 시행일이 또 해를 넘기거나, 자칫 개정안 자체가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잠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농협이 경제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신용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호된 질타 속에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 내용으로 ‘농협법’이 개정된 후 농협은 큰 틀의 변화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연 신경분리를 잘한 것일까’라는 문제를 혼자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하지 않은 것만 못한 법 개정’이라 평가하는 관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도시농협 도농상생기금 출연 의무화, NH농협금융지주 등 범농협 계열사가 부담하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한도 상향(2.5%→5%), 도시농협의 농촌농협 생산 농산물 판매 의무화 등 모처럼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및 계열사, 농·축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늦추거나 무산시킬 수는 없다.

농협 내에서 ‘농협법’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중앙회장의 셀프 연임을 적극 반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이 상향되는 데 따른 부담에 법 개정을 늦추거나 못하도록 하는 점도 있으리라 판단한다. 농업지원사업비는 우리가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농민 조합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재원이다. 농민 조합원 없이는 농협도 없다는 인식을 모두가 확고히 하고, 하루라도 빨리 ‘농협법’ 개정이 이뤄져 농민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또한 중앙회장 선거제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개정돼 다음 선거부터 농·축협 조합장 전원이 투표에 참여한다. 연임제가 도입되면 마치 조합장들이 줄서기라도 해서 현 회장을 연임토록 할 것이라는 예단은 조합장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농협법’다운 ‘농협법’ 개정을 앞두고 주객이 전도된 작금의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는 우리 농·축협 조합장들의 처사는 과연 각 지역에서 농민을 대표하는 자들이 취할 태도인가 하는 반성도 들게 한다.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는 가속되고 있다. 역대 정부는 돌아오는 농촌을 구현하겠다고 항상 말해왔다. 하지만 농촌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고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면 왜 많은 이가 굳이 농촌을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농촌에 농협이 있어 다행이라는 많은 이의 말씀을 활력소로 삼아 농촌농협 임직원들은 오늘도 제 역할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농촌·농촌농협에 활력소가 될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의 이기적인 발상으로 지연 또는 폐기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하고, 그 책임은 농촌농협 조합장들과 농협 임직원들의 몫이라 판단한다.

누가 뭐라 해도 농협의 주인은 농민 조합원이다. ‘농협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부디 소탐대실이라는 ‘우(愚)’가 농협 개혁의 본질을 흐리지 않고,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길수 전남 영광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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