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기 거부한 파월…이젠 '약한고리' 찾을 시간
연방준비제도(Fed)는 부정했지만 18개월 만에 금리인상은 사실상 끝이 났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12월 추가인상 여지를 남겼지만 경제학자들 가운데선 누구도 그가 연내에 금리를 더 올릴 거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물음은 다음 스텝인 금리인하에 맞춰진다. 물론 현재 수준을 오래 유지할 거라고 밝혔지만 그래서 그 기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물음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제부터 초점은 금리가 얼마나 높아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헬레나 슐리아테바는 "(파월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연준을 통해 '우리는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추가 긴축에 대한 기준을 실제로 높여 (사실상 그 가능성을 낮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하이킹에서 연준은 18개월 동안 500bp가 넘는 고도를 설정해 등반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유동성)는 희박해졌고 높아진 금융비용은 추가차입을 근절시키고 있다.
파월도 기자회견에서 이를 긍정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통해 매우 멀리 왔다"며 "이제부터는 긴축정책을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며 이는 통화 정책이 현 시점에서 매우 제한적이어서 우리가 그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파월에게는 11월 FOMC에서 25bp를 추가로 올릴 여지가 있었다. 이미 9월 성명서에서 연내 한차례 더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고 그를 뒷받침할 만한 놀라운 경제성장의 데이터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미국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9%에 달했고, 실업률은 반세기만에 최저치(3.8%)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은 "경제여건이나 데이터가 울퉁불퉁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다"며 "금융 및 신용 여건의 강화가 경제 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채권금리가 10년물 기준 5%를 넘나들며 실질금리를 높여 경제상황을 옥죄고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고도를 더 높이는 것은 포기한 것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차입비용 증가가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과 긴축된 금융 상황은 소비자의 연체율을 계속 높이고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해 대출 성장에도 하향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은 3분기에 소비를 늘렸지만 반대로 잉여저축률은 그만큼 떨어져 이르면 연말께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 부채는 상반기에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연체율은 최근 2%대에서 상승을 시작해 3%대 후반을 향하는 중이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자의 연체율은 9월 기준으로 6%를 넘어서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슬로크는 "소비자 지출과 기업들의 연체율이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통스러운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착륙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반적인 평균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 저소득 계층이 쌓아올렸던 부채더미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던 것처럼 경제전반의 평균보다는 약한고리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어제 금리동결을 발표하면서도 자산시장의 버블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동결만으로 당일 주식시장은 어제까지 사흘째 랠리를 지속했고, 국채시장의 금리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파월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금리동결 후 추가인상을 재개하는 것을 어렵다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매파적인 여지를 남겨 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올 초보다는 더 편안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상황이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리처드 클라리다 핌코 뉴욕 매니징디렉터는 "향후 경제 지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재정을 긴축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지난해 최고치(9%대)였던 인플레를 현재 수준까지 낮춘 것보다, 지금부터 2%까지 낮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금리를 높여야 한다면 12월이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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