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늘어나니 전·월세난" 주택 줄고 수요는 늘어난 탓
이주 물량 증가하며 전월세 가격 상승 효과…서초 등지에서도 반복돼
[아이뉴스24 이수현 수습 기자] "정비사업을 하면 그 지역에 있던 세입자들은 새 집을 구해야 하잖아요. 이주 수요는 그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가까운 곳에 잠시 머물 곳을 찾기 때문입니다. 정비구역 주택 멸실로 총 주택수는 크게 줄어드는데 집을 구하려는 수요는 급증하니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요."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에 사업추진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이주 수요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일원이 대표적이다. 한남동과 보광동에 위치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이주를 시작했는데, 인근 전월세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 정비사업 중 가장 빠르게 사업이 진행 중인 단지다. 이주 대상만 8300여 가구로, 이 중 세입자는 6500여 가구에 달한다.
용산구청은 상가세입자 손실보상 절차 진행 등 대규모 이주임을 감안해 이주가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남3재개발조합은 지난 9~10월 조합원·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주비용 신청 사전 접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가 이어지는 만큼 벌써부터 인근 주택시장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실거주하던 조합원뿐만 아니라 세입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인근 지역인 한남4·5구역에서 전·월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다. 한남3구역에서 장기간 거주한 이들이 출퇴근이나 자녀 학교 통학 등을 위해 비슷한 입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실거래가 아실에 따르면 한남4구역의 한 아파트는 지난 1월 84㎡가 전세 4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5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한남뉴타운에 있는 다른 아파트는 전용면적 104㎡가 1월 4억5000만원에 계약됐지만 10월 5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보광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한남3구역은 조합원보다 임차인이 더 많은 구역"이라며 "한남 4·5단지 매물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사장 B씨는 "한남동은 토지값은 비싼 대신 건물가격은 낮은 지역이라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낮은 임차료에서 지낸 임대인들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한남 4·5구역으로 이사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으로 인해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월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초구 전세가격 상승률은 0.26%를 기록했다. 반포동 일대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 평균인 0.06%보다 훨씬 컸다.
당시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구는 정비사업 이주 영향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매물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월세 수요가 많은 대학가 인근에서 재건축을 진행한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와 가까운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은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면서 보증금은 627만원에서 1227만원으로 95.69% 증가했고, 월세도 37만원에서 45만원으로 21.62% 늘었다.
또한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이 인접한 동대문구 이문동은 이문휘경뉴타운 사업을 진행한 후 월세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대학가는 학생 수요가 많아 월세가 싼 매물을 많이 찾는다"면서 "정비사업으로 비교적 가격이 싼 월세가 철거된 반면 학생들의 수요는 여전해 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면 인근 지역 전월세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비사업 단지는 연식이 오래된 건물이 많아 세입자가 더 많이 거주하고 가정이 있는 세입자는 인근 지역에서 머물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주가 시작되면 해당 지역과 인근 지역에 영향을 주고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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