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 만드는 게 꿈”… 33년간 세계 돌며 50만점 유물 모아

정성원 기자 2023. 11. 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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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일 주문진해양박물관장
한광일 주문진해양박물관장이 지난달 25일 강원 속초시 자신의 수장고에서 돼지고기를 닮은 육형석을 설명하고 있다. /정성원 기자

지난달 25일 강원 속초시 설악동의 한 건물에 들어서자 희귀한 광물과 박제된 동물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길이 1m 이상의 대형 바다거북과 산양, 설표, 흑표 등이 나란히 무섭게 노려봤다. 옥을 배추 모양으로 조각한 취옥백채, 일곱 색깔의 칠보만옥도 있었다.

한광일(71) 주문진해양박물관장의 개인 수장고다. 자연사박물관을 목표로 33년간 수집한 유물이 무려 50만점이 넘는다. 그는 “취옥백채와 육형석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고, 공룡 뼈 골격과 공룡 알 화석도 있다”고 했다.

한 관장은 1977년 사업 구상차 미국에 갔다가 박물관에 꽂혔다.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서 작은 조개박물관을 만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는 “본격적인 수집은 1991년부터 시작했고, 1999년 한 해에만 15차례 해외를 다녀왔다”고 했다.

한 관장은 수집 경력 10년 만에 박물관 운영의 꿈을 이뤘다. 강원 고성군과 화진포해양박물관의 위탁 운영을 맡은 것이다. 이후 그는 창원, 제주, 울릉도 등에 해양·생태박물관을 열었다. 이후 자연과 생물의 역사를 집대성한 자연사박물관 설립 목표를 갖게 됐다. 귀한 유물을 구하려고 삼고초려는 기본이었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그는 “수집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필리핀의 한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여기는 해면(海綿)이 있다고 해서, 마을의 지붕을 모두 고쳐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원하던 해면을 손에 넣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한 관장은 “정부든, 지자체든 자연사박물관을 짓겠다면 소장품을 모두 내놓겠다”고 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은 매년 70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찾는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OECD 국가 중 한국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며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같은 박물관을 우리나라에 만드는 게 여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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