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 경기장 건설 지연… 세계대학경기대회 ‘빨간불’
2027년 충청권에서 열리는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WUG·옛 유니버시아드대회) 준비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대회의 메인 행사인 개·폐막식이 열릴 주요 경기장 2곳의 건립 사업이 모두 정부 예산안에서 빠지거나, 중앙 투자 심사도 통과하지 못해 사업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7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는 2027년 8월 1일부터 12일 동안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전 세계 150국 선수단 1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개회식은 대전에서, 폐막식은 세종에서 각각 열기로 돼 있다.
그러나 폐막식이 열릴 세종시 대평동 종합 체육 시설은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가 끝나지 않아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진 상태다. 세종시는 당초 100억원가량을 설계비 명목으로 신청했지만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종합 체육 시설은 대평동 일원 18만4728㎡ 부지에 주경기장(2만석), 체육관(4000석), 실내 수영장(3000석) 등을 지어 2027년 7월 문을 열 예정이었다. 사업비는 토지 매입비 1864억원, 공사비 2619억원 등 총 4483억원에 달한다. 이곳에선 육상을 비롯해 탁구, 수구 경기가 열리고 대회를 마무리하는 폐막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10월 입찰 공고를 내고 공사 업체를 선정해 내년 7월부터 본격적인 설계 및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착공 시점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확보한 예산은 설계비의 일부인 2억원뿐인데, 이마저도 타당성 재조사가 끝나지 않아 한 푼도 못 쓰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회 국토위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경기장 규모를 축소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회 전까지 경기장 완공이 안 되는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막식 장소로 예정돼 있는 대전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 조성도 상황은 마찬가지. 2일 대전시에 따르면 총사업비 5872억원이 들어가는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은 대전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 총면적 76만4000㎡ 규모 복합 단지로 조성된다. 도시 개발 사업과 종합 운동장 조성을 함께 추진 중인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 중앙 투자 심사에서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 사업 부지 내 그린벨트(개발 제한 구역)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다. 이어 지난달 26일 열린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해당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도 미비점이 있다며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걸림돌이 없었으면 2025년 1월쯤 착공해 2026년 12월까지 2만석 규모 종합 운동장을 완공해 2027년 대회 개막식을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타운 조성 사업이 중앙 투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린벨트 해제마저 지연되면서 내년 초쯤 다시 중앙 투자 심사를 받겠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처지다.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 체육 시설 건립비 1596억원 가운데 국비 200억원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사유지가 대부분인 스포츠 타운 예정 부지에 대한 토지 보상도 계획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업 일정이 전체적으로 미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 조성 공사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경기장을 완공하려면 밤까지 공사를 해야 할 정도”라고 걱정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 지연과 예산 부족으로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을 대회 전까지 완공하지 못할 경우 개막식 장소를 바꿔야 할 처지”라며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치르는 방안 등 대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충청 지역에선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정부와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시의회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범정부적 지원과 국회 차원의 적극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