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우리가 빠르다...양산과 울주의 기싸움
울주 “20년간 첫 일출 하면 간절곶”
새해 첫 일출 명소를 놓고, 경남 양산시와 울산 울주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해 해맞이를 위해 관광객이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모이는 만큼 두 지자체로서는 ‘새해 첫 일출 명소’라는 타이틀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산시는 최근 해발 922m의 천성산 정상에 일출 전망대인 천성대 건립 위치를 최종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천성대는 5억원을 투입해 길이 12m, 너비 24m로 지어진다. 내년 새해 해맞이를 이곳에서 할 수 있도록 올 연말까지는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해맞이 추천 코스도 개발한다. 천성산은 신라시대 원효 대사가 당나라에서 온 승려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해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양산 지역의 명산이다.
양산시는 이곳을 일출 명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023년 새해 일출을 앞두고 한국천문연구원에 천성산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일출 명소의 일출 예상 시간을 요청했다. 그 결과 해발 922m의 보정값을 더하면 천성산 정상이 해발 0m 울산 울주군의 간절곶보다 일출 시각이 5분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고도 0m를 기준으로 하면 새해 간절곶이 천성산보다 일출 시각이 1분 빠르지만, 해발고도를 감안하면 922m 높이의 천성산에서 먼저 새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는 이를 토대로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지난 6월에는 나동연 양산시장이 유럽에서 일몰이 가장 늦은 포르투갈 신트라시(市)를 찾아 호카곶과 연계한 해맞이 관광 자원화를 함께 하자며 자매결연을 맺었다. 나 시장은 당시 “유라시아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천성산과 가장 늦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신트라시가 만난 것은 자연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양산시의 움직임에 가장 불편한 곳은 바로 이웃 지자체인 울산 울주군이다. 울주군에 있는 간절곶은 2000년 새천년을 맞으면서 국립천문대 등이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곳’으로 발표해 20여 년 동안 명성을 누렸다. 강원도 강릉 정동진, 경북 포항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 3대 일출 명소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코로나 유행으로 3년 만에 해맞이 행사를 연 올해 새해 첫날 10만 인파가 운집했다. 앞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엔 2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울주군은 간절곶에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규모인 높이 5m, 폭 2.4m의 ‘간절 소망 우체통’을 설치하고, 주변 산책로 조성 등 여러 사업을 펼쳤다. 핵심 관광 자원으로 키워온 것이다.
울주군 내부에서는 “이웃 지자체가 수십년 명소로 만들어온 것을 넘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울주군 한 직원은 “(양산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새해 일출 명소 하면 간절곶이라는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빼앗아 가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울주군은 새해 첫 일출 명소라는 타이틀 방어를 준비 중이다. 간절곶 공원에 최대 7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식물원을 조성하고, 간절곶과 함께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내년 6월까지 식물원 조성 기본 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한다. 간절곶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관광객을 붙잡을 새 콘텐츠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해발 0m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건 간절곶이 맞는다”며 “간절곶은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수십년간 국내 대표 일출 명소로 위치가 견고하고, 동북아에서 일출이 제일 빠르다는 게 이미 공인된 사실이라서 (양산시의 행보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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